출범 3개월째를 맞은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이 최근 3대 악재에 둘러싸여 맥을 못 추고 있다.

△오키나와 미군 비행장 이전을 둘러싼 미 · 일 관계 균열 △모친 돈을 위장 정치헌금으로 사용한 데 대한 검찰 조사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에 빠진 경제가 그것으로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출범 당시 75%에 달했던 국민 지지율이 최근 50%대로 떨어진 것도 이들 문제 해결에 하토야마 총리가 뚜렷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대 악재에 발목잡힌 하토야마…지지율 '뚝 뚝'
3대 악재 중 가장 심각한 건 미 · 일 관계 균열이다. 문제는 자민당 정권에서 미 · 일 간 합의가 이뤄진 오키나와 미군 후텐마 비행장의 오키나와 내 이전에 대해 민주당이 8 · 30 총선에서 재검토를 공약한 데서 비롯됐다. 미국은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하토야마 총리는 '오키나와 밖 또는 국외 이전'이라는 약속에 발목을 잡혀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하토야마 총리가 양국 합의를 지키지 않는 데 불만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연내 이전 계획 확정 여부에 대한 방침도 계속 바꾸자 어이없어 하고 있다. 미국이 벌써 하토야마 총리를 따돌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달 들어 오바마 대통령은 기후변화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주요국 정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하토야마 총리는 제외했다. 또 미군 비행장 이전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하토야마 총리의 측근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종합연구소 이사장을 미 국무부 관료들은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미군 관계자는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을 점령군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가라면 철수하면 된다"고까지 말했다. 미국에선 하토야마 총리의 속내가 "결국 자주국방 아니냐"고 의심한다. 미 · 일 동맹에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위장 정치자금 문제도 하토야마 총리에겐 부담이다. 검찰은 이미 그의 비서관을 기소했으며 언론은 그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자금 관리단체가 2002년 민주당 대표 선거 이후 그의 모친에게 정치자금 제공을 요구했고,지금까지 총 11억엔(약 140억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하토야마 총리의 모친은 타이어업체인 브리지스톤 창업자의 딸이다.

디플레 늪에 빠진 경제는 일본 국민들의 정권에 대한 불만을 더욱 키운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10월까지 8개월 연속 하락했다. 기업들은 물건이 안 팔리자 제품가격을 내리고,이는 이익 감소→임금 삭감→소비 부진→생산 · 투자 위축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하토야마 총리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토야마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요미우리신문 조사(4~6일) 결과 59%로 한 달 전 조사 때(63%)에 비해 4%포인트 하락했다. 하토야마 내각 지지율이 50%대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정치권에선 내년에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하토야마 내각 지지율이 추락할 경우 그로서도 진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최대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이 차기 총리를 맡을 것인지,아니면 제3의 인물을 대타로 내세울 것인지가 관심사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