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는 5일 '글로벌 인재포럼 2009'에 참석차 방한 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세종로 중앙청사로 초청,독일의 사례를 참고로 행정부처 이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정 총리는 "한국은 정부 부처 일부를 세종시로 옮기려 한다. 통일 독일도 일부 행정부처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겼는데 그 효과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요청했고,슈뢰더 전 총리는 "행정부처가 분산되는 것은 좋지 않다"며 10여분간 독일의 경우를 들어 설명했다.

정 총리는 "곧 국회에서 행정부처 분산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될 예정인데 슈뢰더 전 총리의 말을 예로 들어서 부처 분산은 위험한 것이라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글로벌 인재포럼 2009'의 기조연설자로 초청된 것을 환영한다. 한국과 독일은 오랫동안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슈뢰더 전 총리=한국과 독일은 함께 협력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양국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과제 해결이 더욱 용이할 것이다. 한국이 경제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높이 평가한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좋은 기반을 닦았다.

?~정 총리=한국은 지금 여러 정부 부처 중 일부를 세종시로 분할하려고 한다. 독일도 본의 정부 부처를 베를린으로 옮긴 경험이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슈뢰더 전 총리=진심이 담긴 답변을 원하는 것 같다. 독일의 행정부처 분산은 좋지 않았다. 본에서 베를린으로 정부 부처를 이전하자는 결정을 내리던 당시 오랜 세월 본에서 이뤄진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모두를 옮길 수는 없었다. 많은 공무원들이 가족과 함께 본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만 이전했다. 독일은 15개 부처 중 7개가 본에 있다. 그러나 의회,총리,언론 등 주요 기관은 모두 베를린에 있다. 부처는 본에 있지만 장관은 베를린에 있다. 일을 하려는 공무원들은 모두 베를린으로 옮겨가고 싶어 한다. 베를린에서 주요 정치적 결정 및 여론과의 의사소통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본의 부처들은 10년 후면 모두 없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부처 분할은 우선 비용이 과도하게 든다는 문제가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모두가 '결정이 내려지는 곳'으로 밀집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건 한국의 국가 상황에 따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 총리=독일의 경험을 전해줘서 감사한다. 깊이 참고하겠다. 국회에 가서 슈뢰더 전 총리의 경험을 전달하겠다. 슈뢰더 전 총리가 EU(유럽연합)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없나.

?~슈뢰더 전 총리=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가족들이 반대하고,둘째는 내가 속했던 정당이 잘 못하고 있고,마지막으로 나는 현재 매우 행복하기 때문에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영국,독일 등 큰 국가들보다는 보수성향을 가진 작은 나라에서 EU의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