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괴팅겐대 동문회서 방한 선물로 기증
"한국과 맺은 순수한 인연 잘 이어나가겠다"

"좋은 이름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뜻처럼 다섯 가지 소리를 많이 듣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방한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모교 괴팅겐대의 한국 동문들과 첫 상봉한 자리에서 우리말 이름 '최오음'을 얻고서 밝힌 소감이다.

5일 괴팅겐대 한국 동문회에 따르면 슈뢰더 전 총리는 4일 오후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1960년대 괴팅겐대에 유학한 1세대 한국 동문을 만나는 행사에 참석해 이 이름이 한글로 새겨진 고급 도장을 선물 받았다.

한국에서 모교 졸업생들을 처음 만나는 그를 위해 동문회가 마련한 '깜짝 이벤트'였다.

오음(五音)은 하늘ㆍ땅ㆍ사람ㆍ우주ㆍ역사의 소리를 고루 들어 후대에 길이 남는 큰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담았으며, 성(姓)인 최는 슈뢰더 전 총리 이름과 비슷한 발음을 땄다.

이날 좌담회 사회를 본 이우균 고려대 교수(환경생태공학부)는 "동문들과 검소하게 만난 자리였지만 첫 만남인 만큼 좋은 의미를 남기고 싶어 고심 끝에 택한 선물이다.

슈뢰더 전 총리가 우리말 이름을 발음하며 아주 기뻐했고, 한국과의 순수한 인연을 잘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괴팅겐대는 독일 니더작센주 괴팅겐에 있는 명문대로 1960년대부터 독문학과 법학, 화학, 의학, 임학 등을 전공하는 한국 학생들이 많이 유학한 곳이다.

국내 동문은 300여명이 있으며 이강국 헌법재판소 소장도 이곳 대학원 출신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 대학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번 행사는 작년 독일에서 열린 괴팅겐대 총동문회에서 슈뢰더 전 총리를 만난 한국 졸업생들의 요청에 따라 성사됐으며, 이삼열 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과 전성우 한양대 교수(사회학), 박상기 연세대 교수(법학) 등이 참석했다.

사회민주당 출신인 슈뢰더 전 총리는 1998년 성사된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정에 힘입어 독일 7대 총리에 취임했다.

2005년 퇴임 때까지 동성 커플 동거제(civil union)를 허용하고 미국의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전면 반대하는 등 진보 성향 정책을 폈지만, 실업 급여제 등을 개혁하면서 사민당의 사회복지 전통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09' 등에 참석하고자 2박3일 일정으로 지난 3일 내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장동우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