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권 vs 네덜란드어권 농민 대응 이견

우유 값 파동으로 전 유럽이 농민시위로 소란스런 가운데 이 문제가 벨기에의 해묵은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을 띤다.

벨기에 왈로니아(프랑스어권) 낙농업자들은 12일 왈로니아 지방정부 수도인 나무르와 리에주 등 남부지역 곳곳에서 공공장소에 원유(原乳)를 쏟아버리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서 버려진 우유는 이날 이른 아침 왈로니아의 수십개 목장에서 채유된 것으로 모두 35만ℓ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왈로니아 낙농업자들은 시위를 기획하면서 플레미시(네덜란드어권) 낙농업자들에게도 동참을 요청했다.

그러나 플레미시 낙농업자들은 이른바 '우유 쏟아버리기 시위'에 동참하기를 거부한 것.
이들은 힘겹게 키운 젖소로부터 짜낸 값진 원유를 쏟아버리는, 왈로니아 동료 낙농업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나 우유를 쏟아버리는 게 우유 값 파동이라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개진하며 동참을 거부했다.

플레미시농민연합(ABS)의 헨드릭 반담 회장은 민영방송 RTL과 인터뷰에서 "원유를 버린다고 공급 감축에 따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더욱이 우리가 프랑스와 독일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35만ℓ의 원유를 폐기한다고 시장가격이 변동될 것을 기대했다기보다는 상징적 이벤트로 시위를 기획한 왈로니아 낙농업자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비판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플레미시는 기계, 화학 등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이 크고 왈로니아는 상대적으로 낙농업 등 농업 비중이 큰 벨기에의 지역 간 산업구조 차이가 우유 값 파동 대응방식에 이러한 이견을 불러온 주원인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벨기에에서는 네덜란드어권인 북부와 프랑스어권인 남부가 사사건건 부닥치면서 지역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남북 분리를 주장하는 극단론까지 상존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