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 실시간 탐지.분석해 움직여

개발주도 한국인 최규완 연구원 "의료·간병 큰 도움될 듯"

일본의 한 연구소가 사람의 생각을 파악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휠체어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과학기술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는 29일 오후 문부과학성에서 도요타자동차 등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뇌파를 탐지해 전동 휠체어를 실시간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화학연구소는 이날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탑재한 전동 휠체어의 작동 모습도 보도진에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이화학연구소와 도요타자동차, 도요타중앙연구소 등이 2007년 설립한 BIS-도요타센터가 중심이 돼 진행했다.

특히 고려대를 졸업하고 도쿄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최규완 연구원과 폴란드 출신의 안제이 치호츠키 박사가 개발을 주도했다.

새로 개발한 기술은 뇌파를 이용해 전동 휠체어를 0.125초 단위로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사람이 왼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하면 왼손과 관련이 있는 오른쪽 부분 뇌파의 진동이 줄고, 오른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하면 왼쪽 부분 뇌파의 진동이 줄어드는 원리를 이용했다.

연구진은 이런 원리를 이용, 뇌파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술과 상상 운동의 패턴을 세밀히 분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신호 처리 방법을 개발해 휠체어를 거의 실시간으로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사용자가 두 발로 걷는 상상을 하면 직진을 하고, 왼쪽 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하면 좌회전, 오른쪽 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하면 우회전을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 전동 휠체어에 탑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손과 발의 상상 운동이 미약할 경우 휠체어는 정지하게 된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 휠체어 사용자가 뺨의 근육을 움직이면 곧바로 정지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더 발전시키면 운동 이외에도 사람의 의도 등을 반영하는 뇌파를 탐지하는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의 의도 탐지 기술이 개발되면 범죄와 관련해 범인을 심문하는 과정에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최규완 연구원은 "그동안의 실험에서 95% 이상의 신뢰도가 확인됐다"며 "앞으로 이 기술은 사고나 질병 등에 의해 목 이하가 전신마비된 환자가 더 자유로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의료나 간병 분야에서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