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설립 이후 74년 가까이 막강한 힘을 행사해온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행태가 크라이슬러와 제너럴모터스(GM)의 잇따른 파산보호 신청으로 180도 바뀔 전망이다. 예전처럼 임금과 복지 혜택을 더 받아내기 위한 투쟁은 꿈도 꿀 수 없고 회사 수익을 위해 스스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1일(현지시간) UAW의 위상이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 몰락과 함께 곤두박질쳤을 뿐 아니라 노조원과 주주를 동시에 대변해야 하는 '이중 역할'을 떠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UAW는 신속파산 절차의 조건에 따라 2015년까지 GM과 크라이슬러 사업장에서 파업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UAW가 무파업을 약속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 뽑는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도 14달러로 외국 경쟁사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지금까지 GM 숙련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28달러에 달했다.

UAW는 주요 주주로서 이사회 멤버 한 명을 선임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의 뜻을 따르도록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UAW가 55%의 지분을 갖는 크라이슬러 이사진 구성에서도 노조는 한 명만을 선임하도록 했다.

손발이 묶인 UAW는 당분간 노조원의 권익 향상보다는 회사의 이익 증대에 협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수익을 거둬 주식가치가 높아져야만 퇴직자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차 판매난으로 '뉴 GM','뉴 크라이슬러'가 다시 경영난에 빠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해당사자가 바로 노조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UAW가 정부에 무파업을 약속하며 백기투항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970년대 후반 150만명에 달하던 노조원도 작년 말 50만명 이하로 급감했다.

자동차연구센터의 신 맥칼린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공장 폐쇄와 해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UAW는 최대주주인 정부에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일자리를 지키는 데 치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