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차 핵실험과 올 4월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지난 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한반도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경제살리기란 과제를 안고 있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안보위기 국면에 처해 있다. 안보위기는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생활'을 위협하는 경제위기보다 더 절박한 문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최적의 해법을 찾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실증적으로 파악함과 동시에 북한의 전략적 목표를 정확히 집어내야 한다.

우선 현재 한반도 위기상황의 해결 관건은 미 · 일 · 중 · 러의 동북아집단안보체제 구축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사실상 핵 보유국임을 만천하에 내보였다. 또한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에도 일정한 수준의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로 한반도,나아가 동북아의 안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26일 전면적인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선언적이고 사후적인 PSI보다는 실질적이고 사전적인 미사일방어(MD) 체제를 미국 및 일본과 함께 구축하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왜냐하면 PSI는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한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일 뿐,PSI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의 자체 개발을 억제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미 · 일 · 중 · 러로 하여금 한반도의 안보위기가 자신의 안보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 한국과 함께 동북아집단안보체제 구축에 나서게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지난달 1일 열린 동북아경제학회에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와 대칭적인 동북아안보협력회의의 발족 및 가동을 제안한 바 있다.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국제사회로부터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동시에 과거 미국의 대(對)인도 핵협상 결과를 북한의 경우에도 적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과의 핵협상 대상을 북한의 일방적 '비핵화'가 아니라 북 · 미 상호간 동시적 '핵무기 감축'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민간 목적의 핵에너지 보유를 인정받길 원하고 있다. 또 핵무기를 북한체제 특히 김정일 혹은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안보보장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즉 향후 북한이 대외개방을 위해 대내개혁을 단행하게 될 경우 김정일 체제에 대해 미국이 안보보장을 확약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는 대북 정책기조를 '포용정책'에서 '포괄정책'(Comprehensive Policy)으로 전환하고 조만간 나올 수 있는 미국의 '포괄적 타협안'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반도 통일 프로그램'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이는 유엔총회에서 미국은 북한의 주권존중과 평화공존 및 북한체제의 안보보장을,북한은 2005년 '9 · 19 베이징 공동성명',2007년 '2 · 13 공동합의',2007년 '10 · 4 남북공동선언'에 입각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과감히,즉각적으로 불능화 및 완전 폐기할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도 과거와 달리 최근의 '벼랑끝 전술'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북한 사회의 파국을 야기시킬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현재 국제사회 대부분의 나라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중임을 북한은 깨달아야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진정 북한 동포를 위한다면 2003년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WMD) 폐기를 전격 발표하고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선 이른바 리비아식 핵해법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임양택 <한양대 교수ㆍ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