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사격연습 더 해라"

요즘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이 단연 화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최고의 공격수를 자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물러난 전직 대통령.부통령이 후임 정부에 대해 가급적 언급을 삼가는 로키 행보를 보인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날을 세운 독설과 비판은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의 안보가 더욱 위험해 져 가고 있다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골자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중앙정보국(CIA)의 테러용의자에 대한 가혹한 신문 공개 등 부시 행정부 당시의 정책을 뒤집거나 비판하는 오바마 정부의 결정이 나올 때마다 공개적으로 등장,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그를 두고 미국 언론에서는 부시 전 대통령을 방어하는 방위총사령관이 됐다는 비유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당시 네오콘의 한 축으로서, 대선 패배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그가 공개적 보폭을 넓히는데 대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내심 우려와 불만이 적지 않다.

지난 3월 말 실시된 갤럽 조사에서 그에 대한 지지도는 30%에 그친 반면 63%의 응답자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할 정도로 인기도 여전히 낮다.

체니 전 부통령의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잇단 독설을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14일 공화당이 정치적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공화당의 비판론자들이 공개적으로 그와 맞서기를 원하지 않을 만큼 체니 전 부통령이 여전히 힘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내 한 전략가는 "체니는 당내 누구보다 힘이 세기 때문에, 그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아무도 공개적으로 그에게 나가라고 하지 못한다"고 속앓이의 일단을 전했다.

반면 체니 전 부통령측에서는 미국의 핵심 안보문제에 대한 논쟁을 통해 수감자 학대 사진 공개 문제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입장을 바꾸는 등 성과가 적지 않았다면서 비판론을 일축하고 있다.

한편 체니 전 부통령의 독설이 늘어나면서 민주당의 공격도 강화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3일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지원 활동중 CNN의 관련 질문에 "다시 나오기 전에 좀 더 사격 연습을 많이 하기를 정말 희망한다"고 체니 전 부통령이 공격의 초점을 잘 맞추지 못하고 있음을 꼬집기도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