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귀를 자른 사람이 친구이자 예술적 동지였던 폴 고갱이었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5일 독일 예술사학자들의 주장을 인용, 고갱이 언쟁 중 반 고흐의 귀를 칼로 베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신분열증을 앓던 반 고흐가 1888년 12월 23일 광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것이다.

독일의 예술사가인 한스 카우프만과 리타 빌데간스는 법적 처벌을 피하려는 고갱과 친구와의 우정을 이어가려 했던 반 고흐가 맺은 '침묵 협정' 때문에 이 같은 사실이 진실 너머에 묻혔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고갱은 반 고흐와의 불화 끝에 프랑스 남서부 알스 지역에 위치한 반 고흐의 '옐로 하우스'에서 나왔다.

뛰어난 펜싱 실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고갱의 손에는 아끼던 펜싱 검 '에페'가 쥐어져 있었다.

이때 앞서 고갱에서 유리잔을 던졌던 반 고흐가 뒤따라 나왔고, 두 사람은 인근 사창가에 도착할 때까지 격렬한 말다툼을 벌이다 언쟁이 극에 달하자 고갱이 홧김에 또는 자기 방어를 위해 반 고흐의 왼쪽 귓불을 잘랐다.

그 후 고갱은 에페를 론 지방에 버렸고 반 고흐는 잘린 귓불을 한 창녀에게 전해준 뒤 비틀거리며 집에 돌아와 다음날 자신을 찾아온 경찰에게 사실과는 전혀 다른 진술을 했다는 게 이들이 말하는 사건의 전말이다.

카우프만과 발데간스는 반 고흐와 함께 살았던 고갱이 이 사건 이후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또 새로운 주장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없지만 반 고흐가 자살하기 전 고갱에게 남긴 말이 "너는 조용하구나.

나도 그럴 것이다"였던 것으로 미뤄볼 때 자신들의 주장이 가장 논리적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반 고흐의 귀 스케치에 쓰인 '익투스'(ictus)가 펜싱용어로 '치다'라는 뜻이며 귀 위쪽 지그재그 모양의 상처도 고갱의 칼이 남긴 자국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반 고흐 전문가들은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정설로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