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29일 백악관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출발은 좋지만 만족할 수 없다.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부양책을 통해 벌써 15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창출하는 등 진전을 이뤄 기쁘다"면서도 "모래성 같은 과거 경제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새 성장기반을 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과제로 △신용경색 해소 △재정적자 축소 △테러와 핵 확산 및 유행성 인플루엔자 대응 △교육 및 의료보험 개혁 △월가 규제법안 마련 등을 꼽고 국민들의 인내를 촉구했다. 정부가 민간기업 주주가 된 것과 관련해선 "경제적으로 특수한 현실에서 불가피하게 민간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은행과 자동차회사를 정부가 경영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민 세금이 투입된 이상 경영을 감시하되 정상화하는 대로 빨리 손 털고 나오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외교 현안 중 이라크와 파키스탄 관련 질문은 나왔으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뒤 2차 핵실험으로 위협하고 있는 북한 관련 질문은 없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취임 100일 평가에서 미셸 오바마 여사 A+,오바마 대통령 A-,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C- 등의 순으로 점수를 줬다. 미셸은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을 새롭게 하면서 대국민 이미지를 쇄신한 데다 우아하고 사려 깊은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인간적 매력까지 발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차분한 성격,침착한 행동,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의 대담함,적절한 참모 활용 그리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힘든 직무를 아주 능숙하고 노련하게 처리했다"고 분석했다. 국제 무대 및 고문 문제와 관련한 일부 실수,초당적 국정운영이 안 된 것 등은 유일한 결점이라고 지적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월스트리트와 의회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미 하원은 이날 3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