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 동안 행한 외교.국가안보 정책 가운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정책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북한과 이란 달래기와 미사일방어(MD) 예산 감축은 `잘못된 정책(bad policy)'이라고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주장했다.

헤리티지재단은 27일 홈페이지에 올린 '100일간의 좋고 나쁘고 거슬리는 외교정책과 국가안보'라는 제목의 평가보고서에서 나쁜 정책 사례로 북한과 이란 달래기, MD 예산 감축, 쿠바 정책 변경을 들었다.

나쁜 정책의 대표적인 예로 소개된 북한과 이란 달래기와 관련, 헤리티지는 "백악관이 북한과 이란의 도발적인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두 가지 사건에 대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진지한 대응을 이끌어내는 데도 실패했다"면서 "두 나라에서 일어난 사태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지역적인 미사일 위협 문제에 초점을 맞추길 원했다"고 지적했다.

헤리티지는 또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첫 100일 동안 MD 예산을 20% 가까이 감축하고 서유럽에 대한 MD 구축을 포기한 것과 미국의 대(對) 쿠바 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50년간 지속해온 정책 포기를 선언한 것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쿠바 제재 정책 포기는 인권과 시민권리를 억압하고 조직적인 침해를 하는 것을 반대해온 미국의 입장에 대해 다른 독재자들로부터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할 수 있다고 헤리티지는 주장했다.

헤리티지는 나쁜 정책보다 더 좋지 않은 눈에 거슬리는 추악한(ugly) 정책은 국방예산 감축에 따른 F-22 스텔스 전투기와 차세대 구축함 등 `냉전' 무기 예산 삭감과 국토안보 및 대테러 정책에 대한 일관성 부재, 대안없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및 테러용의자 신문기법 폐기라고 말했다.

헤리티지는 의회에서까지 승인한 과거의 정책들을 포기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와 싸우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대안을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근거 없는 MD와 국방 구매예산 감축을 반드시 재고해야 하며 국가안보회의 재편 등을 통해 국가안보문제를 진지하게 다시 다루기 위해 `리셋버튼'을 다시 눌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헤리티지는 이라크와 아프간, 파키스탄 정책만큼은 훌륭한 정책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가 마련한 전략을 대부분 계속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는 미국의 핵심적인 이익이 정권교체에 의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