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향후 국정수행은 월가가 새 행정부의 금융정책을 수용할지, 또 의회가 얼마나 협력할지 여부 등에 따라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시사 주간 타임은 최신호에서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오바마 대통령의 성과를 분석하면서 국내적으로는 이러한 변수들에 의해, 대외적으로는 외교안보팀의 팀워크 및 국제적인 어젠다를 어떻게 주도해 나가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타임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00일 동안 월가를 규율하는 새로운 금융정책, 교육개혁, 대체에너지 개발, 의료보험 개혁, 재정적자 축소 등 5가지 핵심 과제를 중점 추진해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직면한 경제위기 등을 인내심있게 설명하고, 톰 대슐 전 보건장관 지명자의 인선 검증 실패를 시인하는 솔직함,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등을 통해 국정을 이끌어 왔다고 평했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중 가장 인기가 없었던 전임 부시 대통령의 덕을 보기도 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처럼 국가 분위기 자체를 변화시키려 노력해왔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국정수행에 미칠 주요 변수들을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향후 국정수행에 있어 최대 변수는 월가 등 금융계가 각종 규제 등 새 정부의 금융정책을 수용할지 여부.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관련 고위보좌관은 "금융계가 아직도 우리 사회 전반에 끼친 손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국민이 얼마나 분노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너스 삭감 등을 우려해 정부의 구제금융자금을 받기를 꺼리는 JP모건 체이스나 크라이슬러 경영진의 태도가 상징하듯, 금융기관 및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기존의 행태를 시정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할 경우 오바마가 추진하는 금융개혁은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게 타임의 분석이다.

또 하나의 국내적 변수는 의회의 협조여부로 오바마의 한 측근은 대통령이 그동안 겪은 주요 좌절은 상당수가 의회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 변수이다.

한 최고위 보좌관은 "우리는 어떤 정책이 의회를 통과할지를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지만 현재 대체에너지 개발 문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등은 의회통과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의료보험 개혁은 반드시 통과시켜야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내지 않고는 쉽지 않은 상황이며, 국방예산의 대폭적인 삭감도 군수업체를 지역구에 둔 의원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세번째 변수는 외교안보팀의 팀워크로 특히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리처드 홀브룩 파키스탄 특사 등 거물급 외교안보팀 내에서 거중조정 역할을 잘 해낼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존스 보좌관은 외교안보정책의 입안 및 집행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어 과거 1기 부시 행정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통제하지 못하던 상황이 재연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지막 도전과제는 점잖은 외교수사와 국제사회의 어젠다를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강력한 미국 대통령의 필요성간의 충돌.
미 카터 전 대통령 시절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100일 동안 중동정책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미국이 아니라 이스라엘 총리가 이를 선도하게 되는데 이는 재앙적 사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