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정보국(CIA)이 9.11 테러용의자 1명에게 183차례나 물고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최근 공개된 미 법무부의 2005년도 메모에 따르면 CIA는 2003년 3월 알-카에다 대원으로 9.11 테러를 모의했다고 자백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에게 183회에 걸쳐 물고문을 가했다.

CIA는 앞서 2002년 8월에는 다른 알-카에다 대원 아부 주바이다를 83차례 물고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메모 내용과는 달리 CIA 관리를 지낸 존 키리아쿠는 2007년 ABC 등 일부 언론에 주바이다가 35초 동안 물고문을 당한 뒤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했다고 말했었다.

이번 메모 공개로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가 합법적이라고 주장해온 수사기법의 도덕성과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2007년 모하메드가 CIA 관리들도 불법이라고 우려할 정도로 가혹한 100여 종의 심문방식을 통해 수사를 받았다고 보도했으나 가혹한 수사기법의 종류와 횟수 등은 여태껏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부시 행정부에서 CIA 국장을 지낸 마이클 헤이든은 19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테러리스트 혐의자에 대한 수사방식의 한계를 알-카에다가 알 수 있다는 이유로 메모 공개를 반대했다.

헤이든 전 국장은 주바이다가 물고문을 당한 뒤에도 아무 것도 발설하지 않았다는 NYT의 보도에 대해 주바이다가 수사 과정에서 다른 테러용의자 람지 피날시브 검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며 반박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 시절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가혹한 수사기법을 고안한 관리들을 기소할 의사가 없다고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19일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메모 공개를 승인한 지난주에도 "미 법무부의 법률적 권고에 따라 자신의 의무를 성심껏 수행한 사람들을 기소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라고 말했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