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후원단체들이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0)에게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상'을 거부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14일 이스라엘의 인터넷 매체인 `와이네트(YNet)'에 따르면 일본단체인 `팔레스타인 포럼'은 최근 공개서신을 통해 이스라엘에서 권위 있는 `예루살렘 상' 수상자로 선정된 하루키에게 "가자지구에서 1천300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은 이스라엘이 주는 문학상의 수상을 심각하게 재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개인의 자유 신장에 기여한 공로자에게 수여한다는 `예루살렘 상'의 취지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저지른 행위와 완전히 모순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대량 학살을 저질렀고, 분리장벽 설치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억압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하루키가 이 상을 받는다면 이스라엘이 마치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주는 데 기여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 이 단체는 강조했다.

일본의 팔레스타인 포럼은 또 유럽 단체들이 가자지구 전쟁에 책임이 있는 이스라엘인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우려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대량 학살 사건이 재발되지 않게 하려면 국제사회가 `오만한' 이스라엘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친 팔레스타인 단체인 `이스라엘의 학술ㆍ문화 거부 팔레스타인운동(PACBI)'도 일본의 이 단체와 공동으로 하루키에게 수상 거부를 호소하는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와이네트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북 페어'가 열리는 다음 주에 하루키에게 예루살렘 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예루살렘 북 페어를 주관하는 지브 비르거 사무총장은 "그 서신을 작성한 사람들은 예루살렘 북 페어가 지난 40년간 비정치적, 문화적 대담을 추구해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고은 시인 등과 함께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어온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와 `태엽감는 새 연대기', `해변의 카프카' 등 베스트셀러 소설을 잇따라 발표한 일본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