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가 미국발 금융 위기의 충격으로 첫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해 러시아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측은 "지원 요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러시아 역시 지난 1998년의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어서 아이슬란드의 `SOS'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아직은 불투명하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지난달말 신용위기 타개를 위해 이 나라 3위 은행인 글리트니르를 국유화한 데 이어 7일 2위 은행인 란즈방키도 국가가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잇단 은행 국유화는 아이슬란드에서 주식 거래가 사실상 중단되고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도 어려운 것으로 AP가 7일 보도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인구 32만명에 국내총생산(GDP)이 140억달러 가량인 아이슬란드는 이런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유럽 금융 허브의 한 곳으로 자리 잡아 금융산업 비중이 특히 큰 나라이다.

이 때문에 이 나라 4대 은행의 해외채권 규모는 현재 1천억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와 거래하는 주요 유럽은행들도 미국발 금융 위기로 휘청거리기 시작함에 따라 그 충격이 즉각 미치면서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 것이라고 AP는 분석했다.

아이슬란드는 통화 가치가 근 절반이나 추락한 가운데 은행 국유화와 함께 정부가 부실기업을 인수해 경영에 간섭하고 주주 권한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중앙은행은 환율이 더 뛰는 것을 막기 위해 1유로당 130코루나로 고정했으나 200코루나에 암거래되는 등 환난은 사실상 계속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7일 아이슬란드가 서방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으나 여의치 않자 러시아에 40억유로(미화 54억달러 가량)를 지원하도록 제의했다면서 이에 대해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이 "요청을 검토할 것"이라고만 밝힌 상태라고 전했다.

신문은 자금공여 조건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런던은행간금리(리보)에 30-40베이스포인트의 가산 금리가 붙는 조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아이슬란드는 자금 공여 조건을 계속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러시아도 지난 10년 사이 최악의 금융 위기를 맞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근 2천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금융, 건설 및 에너지 업계에 투입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쿠르린은 아이슬란드가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54억달러 지원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러시아 증시 지표인 RTS 지수가 올 들어 63% 폭락했다면서 이것이 블룸버그가 분석하는 전 세계 주요 88개국 증시 지수 가운데 5번째로 크게 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모두 5천63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3위 보유국이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는 아이슬란드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대신 미국이 사용하던 공군 기지를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창설 멤버이기도 한 아이슬란드가 '그런 일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