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지지를 선언했던 흑인 의원들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지지로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 보도했다.

힐러리와 오바마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대결을 벌이고 있어 주지사, 상.하원 의원 등으로 구성된 `슈퍼대의원'들의 선택이 핵심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런 조짐이 벌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포스트는 애초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던 흑인 의원들이 최근들어 선거구민들로부터 오바마 지지로 입장을 바꾸라는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흑인 의원들은 대부분 흑인 유권자가 다수인 지역에서 당선됐는데, 최근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오바마가 흑인 유권자가 많은 지역에서 압도적으로 힐러리를 앞질러 승리하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힐러리 지지를 선언한 의원들은 선거구민들로부터 `국민의 대표'가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데 있어 `민의'와 반대되는 선택을 할 수 있느냐며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
또 이들은 흑인 정치지도자로서 지난 수십년간 흑인 대통령 탄생을 갈망해왔다는 점에서 고민이 적지 않다.

흑인 인권운동의 대표적 인물인 존 루이스 의원(조지아주)은 지난 14일 힐러리에 대한 자신의 작년 가을 지지선언이 요즘들어 흔들리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루이스 의원측은 그러나 정식으로 힐러리 지지선언을 철회할 것인지, 또 오바마 지지를 선언할 것인 지는 대답을 거부하고 있다.

힐러리와 오바마 사이에서 아직 중립을 지키고 있는 제임스 클라이번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은 "1년 전에 힐러리를 지지했던 많은 의원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난 5일 `슈퍼 화요일' 이후 파죽지세로 연승행진을 하고 있는 오바마가 텍사스주, 오하이오주 등에서 경선이 열리는 내달 4일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도 승리할 경우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던 상당수 흑인 의원들이 오바마 지지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CNN 집계결과에 따르면 현재 오바마는 전체 대의원 확보수가 1천262명으로 1천213명 대의원 확보에 그친 힐러리를 앞서고 있지만 슈퍼대의원수에선 160명대 235명으로 75명 정도 뒤지고 있다.

하지만 힐러리 지지 슈퍼대의원들이 오바마 지지로 선회할 경우 힐러리로선 적지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