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장이 군내 전문가 집단을 가동해 전세 역전에 나서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5일 보도했다.

경제학, 문화인류학 등의 전문분야의 박사 학위를 갖춘 영관급 장교로 구성된 이른바 `퍼트레이어스 트러스트'는 이라크에서 작전 계획 수립은 물론 수행을 돕는 역할까지 부여받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포스트는 전문가집단의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 보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의 전임자인 조지 케이시 사령관도 자문그룹을, 이라크 미군 사령부 2인자인 레이몬드 오디엘도 중장도 비슷한 `레드 팀'을 운영했지만 퍼트레이어스 트러스트의 규모와 영향력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 합동참모본부를 인용, 퍼트레이어스 트러스트가 지난해 12월13일 이라크 정세 판단을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그 내용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퍼트레이어스 트러스트는 보고서에서 현재 이라크에서의 전투 모드를 장기적으로 이라크 정부군 훈련과 자문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특히 모드 전환을 위해 이라크 내에서 정파 간 폭력사태를 차단하고 수도인 바그다드의 치안상황을 개선해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미군 2만∼3만명의 추가 파견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퍼트레이어스 트러스트의 멤버 구성을 보면 이라크 전쟁 초기인 2003∼2004년 모술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미 101공수사단 출신이 많은 게 특징이다.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당시 101공수사단을 지휘했다.

우선 경제 보좌관으로 마이클 미즈 대령이 바그다드 치안과 재건을 담당할 예정이다.

미즈 대령은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로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데이비드 키출런 중령도 눈에 띄는 인물이다.

키출런 중령은 키프로스, 파푸아 뉴기니, 동티모르 등지와 미 국무부에서 대(對) 테러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두 인물은 피터 만수르 대령과 맥마스트 대령으로 미 합참에서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을 보좌해 이라크 전략을 검토한 경력을 갖고 있다.

미군 내에서 계급을 훨씬 뛰어넘는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글러스 올리번트 중령은 지난해 육군을 대상으로 한 `반란군 진압계획'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의 눈에 띈 인물로 나자프와 팔루자 전투의 베테랑으로 통한다.

정치과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그러나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의 전문가 집단에 대해 주변 시선은 고운 것만은 아니라고 신문은 전했다.

군 안팎에서 전문가 집단을 동원한 정밀한 대처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회의론이 팽배하다는 것.
미 육군 전쟁대학의 한 교수는 "퍼트레이어스 트러스트가 매우 인상적인 대처법이기는 하지만 이라크를 구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조지타운 대학의 테러리즘 전문가인 브루스 호프만은 "너무 늦어 (종전과)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라크전의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에 있지 군에 있지 않다면서 군사작전이 정치인들이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 상황을 역전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