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유럽이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전략적 비전을 갖고 있다.

그는 1년 전 중국 상하이 방문길에서 "세계의 힘의 균형을 위해 유럽과 중국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유럽과 중국,러시아를 축으로 미국에 대항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1년 뒤인 지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영국 독일 스페인을 순방 중이다.

후 주석은 유럽 순방에서 시라크의 비전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럽과 중국 간 군사장비 교역을 금지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무기금수(arms embargo) 문제에서 이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올초부터 무기금수 해제를 위해 EU를 설득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해제 반대'로 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내정자는 지난 9월 총선에서 대(對)중국 무기금수 해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기민련의 프리베르트 플루거 외교담당 대변인도 지난 7일 "무기금수는 유럽 각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발언,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독일의 새 총리는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질서 비전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영국도 입을 닫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3일간 영국 방문에서 환대를 받았지만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무기금수에 대한 원칙을 완화할지 어떨지 어떤 암시도 하지 않았다.

내년 1월엔 EU 의장국이 영국에서 오스트리아로 바뀐다.

중국은 오스트리아가 좀더 자국에 친화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도 2007~2013년 EU 예산안 등 주요 이슈 때문에 6개월간의 의장국 역할이 바쁘다는 핑계로 중국 무기금수 건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일본 외교관들도 무기금수가 계속 필요하다고 적극 로비하고 있고 미국의 영향력 증대도 예상된다.

결국 무기금수 이슈는 내년 7월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로 넘겨질 공산이 크다.

EU 의장국은 이때 핀란드로 넘어간다.

미국 관리들은 핀란드가 전통적으로 평화지향적이어서 오스트리아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무기금수 문제는 유럽의 전략적 중요성을 미국에 일깨워 주었다.

유럽의 군사력은 대단치 않지만 아직 상당한 군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욕심내는 것은 바로 이 군사기술이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일본 호주 등과 함께 유럽을 파트너로 묶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유럽도 미국 일본 호주 아시아 민주국가들과 함께 중국을 민주적 시장경제 체제로 유도하는 데 파트너로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정리=장규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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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문제 수석 연구위원인 존 탁식 주니어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후진타오 주석이 새 유럽을 만나다'란 제목으로 기고한 것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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