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가 10일 영국과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서 막이 올랐다. 유럽의회 선거는 현대 의회선거의 변화를 한 눈에 보여주는 축소판이라 할 수있다. 가장 눈에 띠는 변화는 범 유럽차원에서 유럽의회라는 이름으로 의원을 선출한다는 것. 1국가 선거가 아니라 다국가 선거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라고 하면 과거 엘리트출신의 젊잖은 정치인을 연상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포르노 배우에서부터 모델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과신분을 망라한 출마자들이 나서는 선거로 바뀌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같은 기류를 반영하듯 10일부터 13일까지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에서 일제히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에는 유명 포르노 배우, 축구 선수, 슈퍼 모델 등 다양한경력의 소유자들이 다수 출마해 이채를 띠고 있다. 신.구 회원국을 막론하고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실시되는 선거이지만 이색 후보들의 유럽 주민들에게 쏠쏠한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체코에서는 전직 포르노 스타 노라 바움베르거(34.여)가 출마했다. `돌리 버스터'란 예명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가슴이 다 드러난 야한 복장으로 유세장을 누비며"사랑으로 가득 찬 유럽"을 만들겠다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체코 유일의 우주비행사 블라드미르 레메크도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유럽 의회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슬로베니아에서는 국가대표팀 선수로 50차례 출전해 단 한 골을 넣었지만 이 한골로 슬로베니아를 2002년 월드컵 무대에 진출시켜 일약 영웅이 된 축구선수 믈라덴루도냐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14세의 나이로 모델 에이전트의 눈에 들어 세계적인 슈퍼모델이 된 카르멘 카스(25)가 출마해 당선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스는 "조국 에스토니아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빚을 갚으려고 출마했다"며 "유럽의회에서 에스토니아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지만 당선 여부는 불확실하다. 지난 1987년 포르노 스타 시치올리나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켰던 이탈리아에서도 다수의 이색 후보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美)의 당'을 이끄는 한 팔레스타인 출신의 예술사 전문가는 "팔레스타인을유럽의 중심으로 가져오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고, RAI TV의 최고 인기 뉴스 진행자였던 릴리 크루베르가 방송국을 박차고 나와 유럽의회 의원에 도전장을 냈다. 폴란드에서는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의 아들이, 영국에서는 아랍인 폄하방송으로 물의를 빚은 TV 토크쇼 진행자 로버트 칼로리 실크가 출사표를 던졌다. 유럽의회 선거에는 거물급 정치인들도 다수 출마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라슬로 코바치 헝가리 외무장관, 기울라 호른 전 헝가리 총리, 폴 리럽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 아넬리 예텐마이키 전 핀란드 총리 등이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