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은 이른바 '쌍둥이 플레이션(bi-flation)'에 빠져 있다. 한 쪽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고,다른 한 쪽에서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원자재 값은 급등하고 있지만,소비재 등 완성제품에 대해서는 가격 인하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한 쪽 발은 불구덩이 속에 넣고,다른 한 쪽 발은 차가운 얼음물에 담근 형국이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을 살펴보자.중국 내 철강 가격은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30%나 급등했으며,철광석(36%) 석탄(35%) 알루미늄(36%) 납(22%) 등의 가격 오름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해운 운송료가 크게 뛰면서 기업들의 원자재 비용 부담은 두배 이상 가중됐다. 그러나 중국 내 완성제품 시장에서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지난 1월 내구재 가격은 4.6% 내렸으며,통신장비(6.5%) 승용차(9.1%) 등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원자재와 완성제품 판매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최근 수년간 중국 내 생산설비가 지나치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지난 1년간 고정자산 투자를 무려 27%나 늘렸다. 그 결과 개인용 컴퓨터 생산량은 83.2% 증가했으며,냉장고(37.2%) 에어컨(47.4%) 승용차(80.8%) 등도 과잉생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 상품의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생산설비 확대로 투입요소인 원자재 가격은 치솟고,과잉생산으로 완성제품의 판매가격은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자금 흐름을 악화시켜 금융부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더욱 우려된다.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에 원자재 가격 폭등은 분명한 악재다. 이 같은 중국의 '불균형' 경제성장이 지속돼서는 안된다. 중국 지도자들이 고도 경제성장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간파하고 대비 태세를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정말로 다행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 경제가 브레이크 없이 지나치게 빨리 성장하는 것은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중국 경제는 적절한 속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전세계로부터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현실은 시정돼야 한다. 현재 중국은 달러화 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해 미 달러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으며,이는 중국 내 화폐 공급량을 늘려 경기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키는 해결책으로 위안화 평가절상을 주장하기도 하지만,이 역시 효과가 의문시된다. 중국 금융시장 자체가 과대 평가돼 있어서다. 예를 들어,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종목이 홍콩 증시에서는 주가가 절반에 불과하다. 금융시장 규제가 풀리면 중국 내 외국 자금은 언제라도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부실채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위안화 가치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폭락할 여지가 많다. 해외투자 자유화에서 해법을 찾아보자고 권고하고 싶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모두 피하면서 경제적 안정을 달성하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뉴브리지캐피털의 웨이지안 샨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월스트리트저널 최근호에 기고한 'China Must Cool Down to Sustain Growth'란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