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의 올해 테마는 "안보와 번영을 위한 제휴'로 정해졌지만 사실상의 테마는 '중국'이었다. 지난해 다보스에 모인 각국 정.재계 지도자들이 회의장 주변에서 나눈 대화의단골 메뉴는 전쟁이었지만 올해는 단연코 '중국'이었다. 특히나 경제전문가들이 중국 경제 문제에 참견하지 않고는 못 배길 분위기였다. 중남미 경제를 전공한 프랑스의 한 교수가 왕따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고백할 정도다. 중국이야마로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구가하며 글로벌 경제의 보조 엔진으로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풍부한 달러화 보유고를 바탕으로 미국 경제를 지탱할 자금줄이 된 상태.골드만 삭스는 오는 2041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리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중국은 세계적 기업들이 반드시 진출하지 않으면 안될 국가로 자리잡고 있다. 카를로스 곤 일본 닛산 자동차 회장은 "중국에서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은 다른 곳에서도 돈을 벌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중국 경제의 과열 여부, 고성장 기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보스 포럼 참가자들 사이에서 열띤 논란이 벌어졌다. 푸 준 베이징 대학 교수는 이에 대해 중국 정부내에는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잘이해하는 우수한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도널드 에반스 미국 상무장관은 중국 지도부가 상당히 순조롭게 권력이양을 마친 점을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시각이 긍정 일변도는 아니다. 에반스 장관은 부실 대출과관치 금리가 돈의 효율적인 분배를 저해하고 있고 지적재산권에 대한 무관심을 앞으로의 한 단계 도약에 필요한 혁신, 외국인 투자를 저해한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도외시 한 채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 서구경제권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국가, 개도국의 노동기준을 끌어내리는 국가라는 지탄도 상존한다. 주최측인 세계경제포럼(WEF)가 마련한 중국 관련 토론회의 타이틀이 "중국은 외국인투자의 금광인가, 지뢰밭인가?", "최대의 신흥경제권이 계속 성장한다면 무슨일이 벌어질 것인가?'로 정해진 것은 황화론(黃禍論)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다보스에 모인 유럽 경제인들의 가슴 속에는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시장개입을 통한 환율방어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불만이란 달러화 약세에 따른 파장이 고스란히 유로화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반영돼 지역 경제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는 것.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중국의 환율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해서는 안되는다는 주장도 있었다. 중국 정부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국채 매입을 통해 위앤화를 지지,미국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주고 있다는 반론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중국을 하나로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주목된다. 즉 중국투자를 계획하는 기업들은 한창 붐을 일으키는 동남부 지역, 막 이륙을 시도하는 서부 지역, 쇠락의 기미가 역력한 동북 지역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는 것. 중국이 지난해 500억 달러 이상의 외국 자금을 유치, 전세계 FDI(외국인 직접투자)의 빨대로 등장했으며 이런 추세는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멕시코의 페르난도 카날레스 클라리온드 경제장관은 FDI총액을 보지 말고 1인당FDI를 보라고 말한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FDI는 신흥시장에서는 인도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한 포럼 토론회 참가자는 중국에 흘러들어온 상당수의 외국인 투자 자금이 대만이나 홍콩을 통해 들어온 것이어서 실질적인 외국인 투자가 본격화되는 단계까지는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주장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