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前) 이라크 대통령이 13일(이하현지시간) 밤 미군에 체포돼 지난 4월 바그다드 함락 후 9개월째 계속된 도피생활이 막을 내렸다. 총 한 발 쏘지 않은 채 생포된 그의 모습은 그러나 오디오테이프를 통해 미군에대한 성전을 독려하고 지난 7월 미군과 격전을 벌이다 처참하게 숨진 아들을 순교자로 칭하며 자랑스러워하던 후세인은 아니었다. 그가 생포된 은신처는 많은 사람들이 상상했던 거대한 지하벙커나 거미줄처럼얽힌 정교한 터널이 아니라 한적한 농가 2m 땅속에 겨우 한 명이 누울 수 있는 말그대로 '거미구멍(spider hole)' 같은 초라한 땅굴이었다. 그가 9개월 간 최첨단 장비와 세계 최고의 정보망을 동원한 미군 추적을 어떻게따돌렸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초라한 은신처와 초췌한 모습은 그가 살던화려한 대통령궁과 대조를 이룬다. 후세인은 지난 4월 바그다드 함락과 함께 도피생활을 시작한 후 수차례에 걸쳐오디오테이프를 아랍 언론사에 보내 이라크 국민과 이슬람교도들에게 반미항전을 촉구하며 미군을 비웃었다. 지난달 초 마지막으로 공개된 오디오테이프에서 그는 미군이 이끄는 연합군에대한 항전을 촉구하고 라마다 한 달이 승리의 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행적에 대해 미군 고위 관리는 지난 7월 후세인이 2∼4시간마다 은신처를 바꾸고 있는 것 같다며 체포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전 개전 후 지금까지 미군이 여러 차례 간발의 차이로 그를 놓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군 정보활동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4월 초 미군은 그가 숨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거주지에 2천 파운드 짜리폭탄 4개를 투하했으나 그는 바그다드 함락 1주일 후 아부다비TV를 통해 군중에 둘러싸인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미국은 그를 체포 또는 죽음을 확인하는 결정적 정보에 2천500만 달러를내걸었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으며 이번 체포작전의 단서는 앞서 체포된 후세인 정권 관리 또는 가족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 위원들은 체포된 그를 만난 후 "그는 지치고 여윈모습이었으나 뉘우치는 기색은 전혀 없었고 반항적이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