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前)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에 대해 모든 아랍국가 정부는 대체로 환영의사를 표시했으나 후세인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뿐 아니라 미국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영웅'의 이미지로도 받아들이고 있는 일반 아랍 시민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AP통신과 BBC 등 외신은 이라크 국민들을 중심으로 환영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미(反美)의식이 강한 아랍시민들은 자신들의 영웅이 체포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체포된 후세인의 초라하고 나약한 모습에 실망하는 아랍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보석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라미 마크호울은 후세인 전 대통령의 체포소식이 전해진 뒤 "믿을 수 없다"고 울부짖었으며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의 한 시장에 있던 상점 주인들도 "그들(미군)이 그(후세인 전 대통령)를 체포했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다"면서 아쉬워했다. 제1차 걸프전 당시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함으로써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팔레스타인에서는 독재자 체포에 대한 환영분위기와 함께 영웅이 사라진 데 대한아쉬움이 교차됐다. 팔레스타인 의회 의원인 모함메드 호라니는 가자시티에서 "사담(후세인 전대통령)은 독재자이고 이라크 국민들은 그의 통치아래서 고통을 받았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점령당국인 미군에 체포됐다는 점으로 인해 일반인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시티내 한 회당에 있던 라파트 로그만(22)은 "나는 그(후세인 전대통령)를 사랑한다. 그가 체포되는 광경을 보고 있기 힘들다"고 허탈해 했다. 예멘의 수도 사나에 거주하는 모하메드 압델 카데르 마하메디(50.교사)는 "미국인의 손에 들어가기전에 저항하거나 자살을 택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그는 겁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 국민들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체포를 축하하는 모습을 본 많은 아랍 시민들은 그것(후세인 전 대통령의 체포)이 이라크 국민들에게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환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변호사 압둘라흐만 모하메드는 "이것(후세인 전대통령의 체포)이 이라크에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후세인 전 대통령의 체포는 사우디를 포함한 이라크 인접국에도 이로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의 라쉬드 알-오사이미(22.대학생)는 후세인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아 처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었다. 특히 TV를 통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초라하고 굴욕적인 모습으로 체포되는 모습을 지켜본 이라크인들은 후세인 전 대통령이 저항하거나 자살을 택하지 않은 데 대해 놀라워했다. 그의 체포소식이 전해진 뒤 바그다드 시내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축포를 쏘며 환호했으며 많은 시민들은 이라크의 새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으나 그의 복귀를 고대하던 일부 이라크인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TV를 통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초췌한 모습으로 고무장갑을 끼고 있는 의사에게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본 카셈 셀슐(28.운전사)은 "그(후세인 전 대통령)는 전쟁전에 미국에 대항해 싸울 것을 다짐했으나 그는 총한방 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라크인들은 지난 30년간 공포의 대상이었던 후세인 전 대통령이 흙구덩이에 숨어있다가 무기력하게 항복한 데 대해 충격을 받은 분위기였다. (서울=연합뉴스)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