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 그루지야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22일 의회 개원 직후 대통령이 연설중이던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의사당 건물을 장악하는 등 그루지야 사태가 최악의 혼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은 지속되는 야당측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퇴진 거부의사를 재천명, 그루지야의 정정은 한 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이날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반정부 시위대 수 백명은 개원 직후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중이던 의사당 건물에 진입, 건물을 장악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미하일 사카쉬빌리 국민행동당 당수는 "퇴진"이라고 외치며 연단에 있던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을 향해 달려나갔고, 의원중 몇 명이 이를 막으면서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사카쉬빌리 당수는 의사당 진입후 지난 89년 체코 공산정권 붕괴를 지칭하며 "그루지야에서 `벨벳혁명'이 일어났다"면서 "우리는 폭력에 반대한다"고 말했고 시위대는 이에 환호를 보냈다. 시위대가 친정부 의원들에게 의사당 건물을 떠날 것을 요구한 뒤 의사당내에서는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고 일부 친정부파 의원들은 의사당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시위대에게 얻어맞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국민행동당의 깃발을 흔들고 "퇴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사카쉬빌리 당수는 연단을 장악한 뒤 야당인 민주당 당수이자 국회의장을 지냈던 니노 부르자나제에게 연단을 넘겼다. 부르자나제는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왔으나 셰바르드나제는평화적 협상을 위한 모든 기회를 놓쳤다"면서 "우리는 오늘 승리를 거뒀고,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의 승리를 훔치려는 자들은 응징을 받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시위대가 의사당에 진입하자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은 연설을 중단하고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뒷문으로 건물을 빠져나간 뒤 경찰의 호위하에 리무진 승용차를 타고의사당 건물을 떠났다. 그러나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은 떠나기전 의사당 건물밖에서 "나는 떠나지 않을것이고, 우리는 모두 함께 있다"면서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또 "나는 오직 헌법에 의거해 임기가 만료될 때에만 퇴진할 것"이라면서 "모든 문제는 적법하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측은 시위대의 의사당 장악을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앞서 이날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 중심가에서는 수 만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셰바르드니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대통령 관저를 향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그루지야의 반정부 시위대는 지금까지 평화적 시위를 지속해왔으나, 친정부파와반정부파의 지지세력들이 각각 수 천명씩 수도 트빌리시에 밀집해 있는 상황이어서대규모 유혈사태로 비화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시위대의 의사당 장악은 야당과 반정부 시위대들이 지난 3주간 거의 매일지속해온 대통령 퇴진 촉구시위후 벌어진 최악의 사태로 기록됐다. 이번 그루지야 사태는 야당과 시민들이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에 대한 신임 투표성격을 갖는 지난 2일 총선이 당국의 조작으로 민의가 왜곡됐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반정부 시위대는 ▲부정 선거 책임자 처벌 ▲재선거 실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 사임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도 이번 선거가 부정으로얼룩졌다고 비난했다. (트빌리시 AP.AFP=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