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현인그룹은 17일 제네바본부에서 열린 제288차 ILO 이사회(의장 정의용 제네바 대표부 대사)를 통해 세계화의 제반 문제점을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현인그룹의 공동의장 자격으로 연설한 타리아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은 그룹멤버들이 지난 1년 10개월간 세계화의 문제점을 진단한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할로넨 대통령의 연설은 ILO가 지난해 2월 구성한 26명의 '현인그룹'(공식명칭은 `세계화의 사회적 측면에 관한 세계 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요약한 것으로 내년2월에 보고서로 공식 발표된다. 현인그룹은 ILO처럼 노.사.정,학 인사들이 골고루 안배돼 있는 것이 특징. 이들의 논의 결과는 최근 열린 유럽사회포럼이 반세계화 운동가들의 구호만 난무한 것과는 달리, 세계화의 공과를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진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음은 할로넨 대통령의 연설문 요약. 『우리는 임무를 매우 진지하게 수행했다. 위원들은 그동안 6차례 회합을 갖고 쾰러 IMF총재와 수파차이 WTO총장, 울펜슨 세계은행 총재 등을 포함한 세계 지도자들과 30차례 이상 대화를 가졌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세계화는 반드시 인간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출발점을 삼았다. 세계화는 빈곤과 실업을 줄이고 성장과 개발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 목적이다. 이를 근거로 우리는 비전을 마련했다. 세계화의 진로는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은 윤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타당하지 앟다. 극소수가 혜택을 차지하고 있다. 절대 다수는 세계화의 설계에 ?무런목소리른 내지 못하며 그 진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화가 인간 자유와 복지를 증진하며 민주주와 인간이 거주하는 모든공동체사회에 민주주와의 발전을 가져다줄 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 세계화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과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 세계화를 이끌어나가는 원칙들은 반드시 국가기관, 법령, 정치시스템에 반영돼야 한다. 그 기본원칙은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다. 세계화는 세계 도처의 주민들에게 엄청한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현상이다. 그래 서 세계화라는 용어는 깔끔한 정의를 허용치 않는다. 일부에서는 지구촌 곳곳에 경제번영을 가져다 줄, 저항할 수 없는, 선한 힘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다른 일부는 이를 제악의 근원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극단적 견해들은 현인그룹내에도 존재하며 양쪽 모두에 일리가 있다. 다만 세계화의 주요한 특징이 국제무역 자유화, 외국인 투자의 확대, 막대한 국제 자금의 국경간 이동에 있고 이로 인해 세계 시장의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폭넓게 받아들여졌다. 한편으로 신기술은 과거의 유사한 사회 격변과는 달리 현재의 세계화 흐름에분명한 특징을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상품과 기업, 돈이 국경을 대체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반면에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돼야 한다. 이는 세계화의 논리에 존재하는 분명한 모순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분명한 승자와 패자가 생겼다. 선진국은 내부적으로 많은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준 구조조정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1차적 승자에 속한다. 우수한 자본과 기술 덕분에 세계화의 덕을 볼 유리한 위치에 있다. 2차 승자는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일부 개도국 그룹으로, 수출을 늘리고 대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승자 모두는 산업화와 인적자원,수송,통신 인프라, 경제.사회 제도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국가들이다. 그 반대편에는 저개발국(LDC)가 있다. LCD는 빈곤과 문쟁, 분쟁, 지정학적 불리,부실행정, 단일 상품에 의존하는 경제시스템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다. 그러나 세계화의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을 넘어서 지난 20년간의 세계화 과정에서 고용과 소득 불평등, 빈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실업 측면에서는 국가,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크게 개선되거나 악화된 것 같지는 않다. 반면에 일부 선진국에서는 소득 불균형이 심화됐다. 비선진국에서는 과반수 이상이 이를 경험했고 다수가 세계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절대빈곤층은 90년에 12억3천만명이던 것이 2000년에는 11억명으로 줄었다. 이는 주로 중국과 인도의 빈곤문제가 나아진데서 비롯된 것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오히려 증가했고 기타 지역은 개선의 폭이 미미했다. 세계화의 경제적 혜택과 사회적 비용은 사회 계층간에 골고루 분배되지 못했다. 선진국에서조차 일부 노동자들은 무역자유화와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으로 악영향을 받았다. 세계화에 성공적으로 동참하기 위해서는 국가 역량과 정책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 기본원칙은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국가는 장기적으로 주민들에게 세계화의 혜택을 줄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정의, 양호한 교육 및 소득분배시스템, 사회안전망, 정치기반을 가진 국가들은 세계화의 이득을 볼 가능성이 더욱 높다. 이런 점에서 세계화에 대한 응전은 국내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지역통합과 협력도 여러모로 보다 균형화된 세계화를 증진할 수 있다. 대외적 경제변동을 견디고 기회를 이용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염병이나 국제범죄, 조세도피 등의 문제점는 국제공조를 통해서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도전에 대한 지금까지의 응전은 조직적이지 못했다. 세계화를 긍정적인 흐름으로 만들려면 이를 지배하는 규범이 공정해야 한다. 우 리는 오늘날 글로벌 경제를 가졌지만 글로벌 사회는 갖지 못한 상태다. 글로벌 경제의 규범은 기회를 창출하고 소득을 결정하는 양측면에서 공평해질필요가 있다. 각국과 그 주민들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규범은 편등하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공정한 규범을 위한 행동은 국제적 차원에서 보다 일관성있고 균형있는 정책들을 필요로 한다. 보다 나은 국제 정책의 열쇠는 사회와 경제적 목표의 통합에 자리잡고 있다. 국제기구들은 각국의 정책을 단일한 글로벌 목표로 수렴해야 한다. 』 (사진있음)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