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가톨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건강이 쇠약해지면서 누가 후계자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주 교황 즉위 25주년 기념식에 참석차 로마에서 회동할 추기경들은 다음주 초 교황이 소집하는 추기경회의 때 차기교황의 윤곽을 그려볼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칠레 추기경인 호르헤 메디나는 지난주 "교황의 건강이 그 정도까지 걱정스러운 것이 아닌 만큼 이 주제는 아직 논의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10억 이상의 세계 가톨릭교도의 차기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을 다음 같이 시의적절하게 밝혔다. "교황은 신앙을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한 신앙인이어야 하고 모범적 삶을 살아왔어야 한다" 최근 몇 주간 가장 끔찍스런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교황 자신도 후계자를 훑어볼 마지막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성베드로광장에서 테레사 수녀 시복식을 치르고 나서 이틀만인 21일 추기경회의를 주재하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행사에 참여할 약 25만 명의 신도들과 접촉하고 나서 이틀 후 열릴 이 추기경회의에서 그는 '교회의 왕자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다음날 그는 자신이 지난달 임명한 31명의 새 추기경에게 상징적 반지를 공식 선사할 예정이다. 신임 추기경들 중 80세 미만인 26명은 교황 사후 새 교황을 선출할 135명의 엘리트 추기경단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최근의 추기경 선임으로 유럽 출신 추기경은 추기경단의 대다수인 66명에 달하게 됐다. 현 교황의 후계자는 시스틴 성당에서 비밀투표를 실시할 교황선거회의에서 3분의 2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전통적으로는 요한 바오로 2세처럼 교황직을 오래 수행하는 경우 과도기를 보장할 수 있도록 단기 교황직 수행자로 대체하는 게 상례가 돼 있다. 노년에 도달해도 사임하지 않으면 원로급 추기경을 선출해 과도기를 갖도록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추기경 선출자들은 젊은 추기경을 선임해 전임자의 사역을 계속 수행하도록 결정할 수도 있다. 일부 바티칸 관측통들은 추기경들이 이탈리아인 교황을 선출하는 추세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있는 반면 1978년 폴란드인 교황 선출이 이런 전통을 깼으므로 이제는 남미인 교황을 맞을 때라고 느끼고 있는 관측통들도 있다. 남미인이 교황으로 선출될 경우 세계 가톨릭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추기경단 중 24명의 강력한 잠재투표권을 갖고 있는 대륙을 대표하게 된다. 차기교황으로 가장 유망한 인물이 누구인지 바티칸 관측통들은 거명하길 꺼리고 있으나 일각에선 400여 년만에 처음 외국인을 교황으로 선출한 뒤인 만큼 차기 교황은 다시 이탈리아인이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인 추기경은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탈리아인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밀라노 대주교 디오니지테타만치(69)다. 남미에서는 바티칸 성직자성성의 수장인 콜롬비아의 다리오 카스트리욘 오요스추기경(74)과 온두라스의 오스카르 안드레스 로드리게스 마라디아가(61) 추기경,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호흘리오(66)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등이다. 아프리카 출신도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바티칸 성례전 관할 성성의 수장인 프랜시스 아린제 추기경(71)이 가장 유망시되고 있다. 국외자들 중에서는 58세에 불과한 빈 대주교 크리스토프 쉔보른이 자주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바티칸 관측통들은 최종투표 때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455년 만에 첫 외국인 출신 교황이 된 현 교황(당시 폴란드 크라코프 대주교 카롤 보이틸라 추기경)도 국외자였다. (바티칸시티 AFP=연합뉴스) jk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