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간 뉴욕 타임스는 21일 인터넷판을 통해 한국의 이혼율 증가 세태를 설명하면서 한국이 급속도로 서구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 결혼과 임신, 동거 같은 문제와 더불어 결혼에 대한 태도가급속히 변하는 것은 "한국이 사회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에는 여전히 가족과 가부장제 같은 유교적 가치가 남아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조밀한 인터넷 통신망, 최근 좌.우익의 이념적 금기사항을 깨뜨려온 대중문화,갈수록 개인적 만족을 우선시하는 생활방식 등으로 인해 개방된 서구사회로 빠르게전환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진단했다. 다음은 서울발 기사의 요약이다. 『한국의 사회학자들이 지적한 대로 서구나 일본에서 수십년 걸렸던 사회변화가한국에서는 수년만에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이혼율은 여성의 사회적지위 향상과 함께 250% 증가했다. 특히 지난 1997년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증가하고가족과 사회에서 남성의 기본적 지위가 흔들린 후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고 통계청의 황희봉씨가 밝혔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율은 1천명당 3명꼴이다. 97년에서 1천명당 2명꼴이었다. 지난 2001년 이혼율은 미국(4%) 보다는 낮지만 유럽연합(EU) 평균 1.8%,일본 2.3%를 초과하는 2.8%를 기록했다. 황씨는 "이러한 증가세가 계속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갈수록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점차 아이도 적게 낳고 있다. 지난해 출산율은 여성 1명당1.17명으로 일본의 1.32명 보다 낮았다. 더욱이 젊은 쌍들은 `동거(同居)'라는 오랜 금기사항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이들은 대개 동거 사실을 부모나 직장 동료에게는 비밀로 한다. 젊은 남녀의 동거문제를 다른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큰 인기를 끈 것도 이같은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 대중문화는 미국의 70년대와 비슷하게 이같은 금기사항을 깨뜨리는 프로그램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혼문제 전문가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예전에 거의 없었던 이혼은 농촌 사람들이 도시로 대거 이주했던 지난 70년대에 처음으로 크게 늘어났다고설명했다. 곽 소장은 세월이 지나면서 여성에게 불리한 이혼관련 법률도 개정됐다고말했다. 특히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이 늘어나고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직업을 갖게된 지난 90년대부터 특히 이혼율이 급증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올해 44세로 10년전 남편과 이혼한 후 지난해 이혼남성과 재혼한 유모씨는 "사회가 많이 변했다"면서 "옛날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들은 남편이 문제가 있거나 가족을 돌보지 않더라도 그것을 참았을 것이다. 오늘날 여성은 그같은 상황을 참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재석기자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