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총리 내각에서 환경장관을 지낸 영국의 저명한 인사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의 명분을 얻기 위해 9.11 테러를 사실상 방관했을 수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마이클 미처 전 환경장관은 6일자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방공망은 납치된 여객기 4대가 세계무역센터(WTC) 빌딩 등으로 돌진해 3천명 이상을 숨지게 한 9.11 테러 당일 아침에 이상할 정도로 늦게 대응했다"며 그같이 주장했다. 미처 전 장관은 "이같은 무기력한 대응은 핵심 요원들이 (테러 관련) 징후들을 무시했거나 몰랐던 데 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면서 테러 관련정보를 뒷받침하는 단서들이 테러공격 전에 무시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누군가 9.11 테러 당일에 미국의 항공보안 운용상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도록 했을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만일 그렇게 했다면 누가, 무슨 이유로 그렇게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미국 주도의 대(對) 테러전은 세계의 석유 공급권 지배 강화에 기반한 미국의 세계 지배 청사진 등 사전에 수립된 목표 달성을 위해 내세운 거짓 구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을 9.11 테러가 발생하기전부터 준비해 왔으나 9.11 테러전에는 정치적인 명분이 없어 전쟁을 일으키기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블레어 총리가 지난 6월 내각을 개편할 때까지 6년간 환경장관을 지낸 미처는이같은 주장과 관련, BBC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테러 공격을 계획했다고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상상했던 일이 일어났을때 (미국이) 아프간이나 이라크 공격계획을 짜는아주 편리한 구실이 됐다는 얘기"라며 "이들 두 전쟁은 세계 석유통제권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미처의 주장에 대해 런던 주재 미 대사관측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가디언은 익명의 미 대사관 관계자가 미처의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했으며, 특히 테러범들이 뉴욕 등에서 3천여명을 죽일때 미국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근거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처의 이러한 주장들은 엄청난 도발이며, 특히 믿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런 주장을 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미처 전 장관의 견해는 완전히 틀렸고, 또 철저하게 부인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블레어 총리는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말했다. (런던 A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