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부 라이베리아에서 9일(이하 현지시간)수도 몬로비아를 포위한 반군이 총공세에 돌입, 전면 교전이 촉발돼 현지 서방외교관과 국제기구 직원들이 헬기로 공중 탈출하는 등 사태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반군은 이날 오전부터 몬로비아 서쪽 시가지 깊숙이 진입, 정부군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으며, 양측 교전으로 상당수가 사망하고 도심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있다고 현지 목격자들은 전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찰스 테일러 현 대통령이 반군의 포위와 국제사회의 사임 압력으로 사실상 하야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했다. ◇외국인 공중 탈출= 현지에 남아있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출신 외교관과 유엔 직원 등을 구출하기 위한 프랑스 군의 작전이 시작됐다. 프랑스 군은 이날 아침 해변에 위치한 EU 공관에 헬기 부대 병력 30여명을 투입,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120여명을 헬기에 태워 프랑스 군함 `오라주'호가 대기하고 있는 대서양 해안으로 실어날랐다. 대피한 주재원들은 일단 라이베리아 동쪽 인접국인 코트디부아르로 향할 예정이다. 군 헬기는 이어 EU 공관과 인접한 미국 대사관에 날아들어 대사관 직원들을 대피시켰다. 몬로비아 주재 미 대사관에는 구조를 요청하는 민간인 수백명이 몰려들어 아수라장을 이뤘다. 뉴욕 주재 프랑스 대사관은 프랑스 군이 이날 하루 몬로비아에서 38개국 외교관과 현지 직원 538명을 비상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과거 식민 통치국이 많은 서부 아프리카 지역에 상당한 규모의 병력을 파견해놓고 있다. 현지 분석가들은 이라크전에 반대한 프랑스가 이번 사태에서는 미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대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접국인 가나도 군함 1척과 군용기 3대를 라이베이라에 파견, 현지에 남은 자국민 대피에 들어갈 것이라고 가나 대통령궁 관계자가 밝혔다. ◇내전 격화= 라이베리아 군과 라디오 방송은 몬로비아 서부에서 전투가 격화돼 현지 주민들이 동쪽 시가지로 대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반군 단체인 `화해와 민주주의를 위한 라이베리아 연합(LURD)' 소속 병력은 라이베이라 북부와 서부지역을 장악하고 있으며, 최근 세력을 형성한 또다른 반군 단체 `라이베리아 민주운동(MODEL)'은 남부와 동부에 진을 쳐 정부의 주요 수입원인 목재 반입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테일러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벌세력이 군용 지프와 로켓 추진 수류탄 발사기, 자동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몬로비아 시내에 진입, 반군 단체들과의 치열한 교전이 예상되고 있다. ◇내전의 원인= 라이베리아는 19세기 미국에서 해방된 노예들에 의해 설립된 국가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국이다. 그러나 지난 90년대 초부터 내전이 끊이지 않아 지금까지 20만명 가까운 인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군은 4년 전부터 테일러 대통령에 대항해 봉기한뒤 현재 영토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수도 몬로비아를 사방에서 포위하고 있다. 내전의 원인은 97년 선거에서 당선된 테일러 대통령 자신이 80-90년대 무장 반군을 이끌던 군벌 지도자 출신이라는데 내재돼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테일러 대통령은 특히 90년대 서쪽 인접국 시에라리온의 반군 단체를 지원하고 다이아몬드 광산의 이득을 챙겨 `전쟁광'이라는 악명이 붙기도 했다. 유엔 전범재판소는 시에라리온 내전과 관련해 테일러 대통령을 기소하고 최근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가나의 비호로 집행이 무산됐다. 테일러 대통령은 국내에서도 정적을 가혹하게 제거하고 모든 종족 자치단체들을 탄압해 반군 단체들의 분노를 샀다. 그는 최근 쿠데타 기도를 분쇄했다고 발표한 뒤부통령을 포함한 각료 5명을 해임했다. 전문가들은 반군 단체들이 국가의 통제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테일러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서부 아프리카 지역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대서양 연안인이 곳은 라이베리아를 비롯 코트디부아르와 시에라리온 등 내전 경험국가들이 다닥다닥 붙어 화약고와 같은 지역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9일 의장 성명을 통해 라이베리아 내전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몬로비아 AP.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