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의 연쇄 자살폭탄 테러 이후 추가 테러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케냐주재 외교관의 철수를 준비하고 영국은 여행자제 대상국을 동아프리카 6개국으로확대하는 등 각국이 대응조치에 나섰다. 미 국무부의 관리들은 16일 미국이 테러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케냐 주재 비필수외교관들과 모든 대사관 직원의 가족들을 철수시킬 예정이라면서 이같은 조치가 곧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 이미 케냐에 입국해 있는 민간인들에 대해서도 철수를 권고하는 한편 미 국민에 대해 케냐 여행을 자제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우리는 향후 공격 가능성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말했다. 국무부의 이같은 철수 계획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이후 서방 각국이 중동과 동남아시아,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추가 테러위협이 고조되고 있다는 경고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같은 경고는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 조직원들간 전화통화와 e메일 등을 감청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관리들은 설명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이어 홍해의 항구도시 제다에서는 외국인을대상으로 한 테러공격이 예상된다는 미 국무부의 발표이후 공관직원의 가족들이 피신하는 등 테러를 피해 탈출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와 관련, 제다 주재 미 총영사관은 "제다의 알 함라 소재 외국인 주택단지 공격이 가까운 장래에 감행될지도 모른다는 미확인 보고서가 입수돼 이를 교민들에게알려줬다. 일부 공관 직원 가족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제다의 시내 곳곳에서는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도로를 봉쇄한 채 통행 차량들을검문하고 있으며, 공항에서는 여행객들의 수하물에 대한 검문 검색이 강화됐다. 리야드에서 제다로 출장을 다녀온 사우디의 한 은행직원 타마스 브라운은 "매우불안하기 때문에 여기(사우디)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테러 위협'을 이유로 케냐행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시킨데 이어 이날케냐 인근 6개 아프리카 국가들로 `테러 경계령'을 확대했다. 영국 외무부는 `명백한 테러 위협'이 감지됐다며 자국민들에 대해 지부티,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탄자니아, 우간다 등 동아프리카 6개국에 대한 여행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으며 호주와 덴마크, 독일 등의 서방 각국도 이와 유사한 경계령을 내렸다. 앞서 케냐 보안 당국은 지난 1998년 나이로비와 탄자니아 다르 에스 살람의 미대사관 폭탄 테러에 연루돼 기소됐던 용의자 중 1명이 또 다른 테러 공격을 계획중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 경찰은 이날 사우디 아라비아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외국인 거주지역에 폭탄을 설치하는 대가로 아랍인으로 보이는 남자들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필리핀 노동자 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경찰도 한 여행사를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알-카에다 용의자들에게위조여권과 여행관련 서류들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 1명을 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떠나기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일련의 자살 폭탄테러와 관련해 아직 체포되지 않은 킬러들에 대한 추적을 위해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카라치.제다 AP.AFP=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