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지난 수개월간 한반도 주변에는 미국의 강경 분위기가 득세했다. 북한은 핵프로그램을 재가동했고,한국의 새정부는 미국 정책에 노골적인 반감을 표명했다. 북한에 결정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은 핵문제는 미국과 북한 간에 풀어야 할 문제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일본에선 군사력 사용에 대한 목소리도 커져갔다. 하지만 세계의 관심이 이라크에 쏠리는 동안 한반도전망은 많이 호전됐다. 이라크전쟁이 마무리되면서 미국의 초점이 다시 한반도에 맞춰지고 있지만 북한 핵위기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의 이라크전쟁 승리로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입장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은 핵문제에 대해 북한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다. 또 대부분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무기를 놓고 벌이고 있는 '벼랑끝 전술'(brinksmanship)을 포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국방연구소 니시하라 마사시 교수는 "북한이 후세인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라크전쟁 기간중 한·미간의 긴장이 크게 완화된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변화다. 한때 북·미간 직접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한국정부는 최근 미국측이 제안한 '다자간 협상'(multilateral talks) 지지쪽으로 선회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북한을 포함,한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워싱턴측도 '북한을 무력으로 침공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서울에 전달했다. 이와 함께 부시 행정부는 더 이상 협상조건으로 '북한의 핵프로그램 시인' 등의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도움을 줄테니 핵무기를 포기하라.그러면 체제는 보장된다'는 것이다. 협상이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도 미국이 전면적으로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볼썽사나운 전쟁이 될 수 있는데다 한국 일본으로 싸움이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기문 청와대 외교보좌관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확률은 거의 제로(0)"라고 분석했다. 핵 등 군사시설을 폭격할 확률도 매우 낮다. 미 팬타곤은 아직 북한의 무기시설 위치를 전부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반면 경제제재나 해상봉쇄 등을 선택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다자간 협상 등의 전략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개입이 핵심이다. 중국은 향후 북한의 핵문제에서 점차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무엇보다 미국의 대북한 군사공격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 또한 북한 핵이 일본의 무장강화를 유발,향후 있을 수도 있는 중국과 대만간의 군사적 충돌시 일본이 대만에 첨단 전쟁기술을 제공할 것이라는 공포감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처음으로 필요시 대북한 경제제재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상황이 복잡하지 않았던 적은 별로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관련국 지도자들이 북한 핵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이 글은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4월21일자)에 실린 '바드다드 효과'(The Baghdad Effect)라는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