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전쟁은 지금부터다." 바그다드 함락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미.영 군수뇌부와 군사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수도 함락 이후(포스트-바그다드)의 작전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까지는 적군의 예봉을 꺾기 위해 우세한 공군력과 기갑력을 내세운 전면전 양상이었다면 앞으로는 '보이지 않는' 적에 맞서 소모전 양상의 비정규전(도시게릴라전)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다. 또 보병을 중심으로 하는 시가전에서 미.영군과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베트남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처럼 목표와 결과가 명확하지 않는데 따른 지지세력의 이탈로 전쟁수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 군수뇌부의 고민이다. ◆적군 색출에 어려움 예상 = 바그다드 장악 이후 연합군이 부딪히는 첫번째 어려움은 어떻게 적군과 민간인을 구별하느냐는 문제다. 바그다드 방어전에 투입된 특수공화국수비대 병력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군복 대신 민간인 복장으로 곳곳에 숨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현지지형에 밝은 이점을 최대한 발휘, 바그다드시 요소요소에 숨어든 다음 개별적으로 또는 친후세인세력들을 규합, 시가전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향후 미.영이 주도하는 신정부 출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은 병원, 고아원, 회교사원 등 수색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성역'에 집중적으로 숨어들어 저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들 가운데 일부는 환자나 성직자로 위장해 자살폭탄테러를 감행, 아랍권에는 '순교자'로, 국제적으로는 비난여론을 유도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합군은 이런 점을 고려해 중앙정보국(CIA)나 국방정보국(DIA) 소속 특수공작원들에 의해 사전포섭된 현지주민들이나 반후세인세력들을 동원할 계획이지만 워낙 미로 같은 바그다드 전역에서 이들을 색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피난민 통제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바그다드에 대한 공습이 본격화되면서 이미 일부 시민들이 피난을 한 것으로 외신은 전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공화국수비대나 민병대의 방해로 불가피하게 피난을 하지 못한 채 바그다드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내 진입작전이 본격화되면 바그다드를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작전지역으로 한꺼번에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연합군은 빠른 시간에 피난민들을 안전지대로 유도하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어 민간인 피해와 이에 따른 비난여론이 비등할 우려가 있다. 또 일부 지역에서 처럼 피난민으로 가장한 이라크군이 검문소 등에 차량으로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하거나 배후에서 연합군의 소부대를 공격하는 경우가 발생, 병력과 장비의 분산에 따른 작전수행 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랍연합지원병'도 골칫덩이 = 연합군이 바그다드에서 부딪힐 또다른 난관은 적군이 모두 이라크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연합군의 승리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순교를 자처하는 요르단, 이집트,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아랍인들이 바그다드에 숨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바드다드 남동지역을 통해 시내 진입을 시도하는 미 해병대원정대(MEU)는 이집트와 요르단 지원병들이 포함된 적군과의 교전 사실을 보고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레바논이나 요르단강 서안 등지서 실전경험을 가지고 있는데다 한결같이 순교를 미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들이 '십자군'에 대항하다 순교한 사실이 알려지면 아직 참전하지 않은 다른 이슬람 광신도들을 자극, 지원병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영은 외교채널을 통해 관련국 정부에 '전과자'들에 대한 동향파악과 출국심사를 강화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아랍권이 모두 이번 전쟁을 이라크 석유자원을 강점하기 위한 미.영의 패권주의로 비난하고 있는 만큼 결과는 신통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족한 시가전 경험도 문제 = 현재 바그다드 진공작전의 선봉인 미 육군 제 3기계화보병사단의 경우 최첨단화기와 기동력을 자랑하지만 시가전 경험은 거의 없다.물론 3기계화보병사단은 미국과 쿠웨이트 등지서 모의시가전훈련을 받았지만 숙련도 면에서는 아직 떨어진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물론 해병대원정대와 예비대인 제 101공중강습사단, 제 82공수사단, 제 10산악 사단 등은 시가전훈련을 집중적으로 이수한 경보병(Light infantry)부대이지만 과연 실전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런 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비해 미.영은 작전수행에 방해가 되는 빌딩 같은 견고한 목표물(Hard target)에 대해서는 육군의 레인저를, 지하실이나 병원 같은 특정공간에 은거한 적군지휘부의 체포나 사살에는 미 해군의 특수전연구개발단(DevGru)이나 델타포스 또는 영국의 SAS 같은 특수부대를 동원할 계획이다. 또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미 해병대 포스리컨(특수수색대)이나 MEU 소속 전문저격수들을 동원, 아군에 엄청난 공포심을 가져올 적군저격수들을 역(逆)저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가수색 같은 통상임무에는 보병들이 동원될 수밖에 없어 큰 희생이 뒤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선봉부대원들의 부족한 휴식도 작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하루 4시간도 채 안되는 수면으로 선봉부대원들의 컨디션은 최악의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때문에 이들은 시내 진입작전 과정에서 민간인 오인사살이나 아군끼리의 교전(Friendly fire) 등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미국은 제 4기계화보병사단, 제 101공중강습사단, 제 82공수사단, 제 10산악사단 등의 일부 여단과 연대전투단(RCT) 등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선봉부대만큼 적정 파악이 되지 않아 작전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군 수뇌부는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장악지역 주민들에 대한 질서유지 임무도 익숙하지 않아 불필요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