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벽 5시35분(이라크 현지시간),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이 걸프만과 홍해를 떠나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를 공격했다. 즉시 바그다드 상공은 미군의 폭격과 이라크 대공포의 응전으로 굉음이 울리고 섬광이 번쩍였다. '목베기 공격(Decapitation Attack)'으로 명명된 연합군의 첫 공습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군부 지도자 5명을 직접 겨냥했다. 전쟁 첫날부터 수천발의 폭탄을 퍼부었던 지난 91년의 걸프전과는 달리 이번 공격은 목표물만을 집중 겨냥한 선제공격이었다. 이라크 전쟁이 예상외의 방식으로 시작된데 대해 걸프전의 영웅이었던 노먼 슈워츠코프 전 미군 사령관조차 "예상 밖이며 매우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라크가 쿠웨이트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반격을 강화하고 있고 영국과 호주의 지원을 받은 미국의 공격도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 목표물만을 겨냥한 제한적 첫 공격 =미군은 이날 이라크내 9개 목표물을 정밀 공습하는 것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주요 목표는 수도 바그다드에서 이라크군을 지휘하는 후세인 대통령 등 지도부. 미 중앙정보국(CIA)이 사전에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 바그다드 비밀 지휘본부 6곳에 타격이 가해졌다. 이라크 남부 도시 바스라 인근에 위치한 장거리포 기지 2곳과 미사일 기지 1곳도 연합군의 1차 공습을 받았다. 남부 3곳에 대한 공습은 조만간 이어질 지상군 투입을 사전에 정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기회의 타깃(target of opportunity)이라고 불렀다. 미국이 이처럼 개전 초기에 제한적 공습을 가한 것은 이번 전쟁의 목적이 후세인 대통령의 제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수술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즉 후세인과 이라크 지도부가 은신해 있는 바그다드의 지하 벙커를 목표로 한 제한적 폭격이라는 것이다. 이라크 지도부와 병사들의 항전의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심리전 의도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다분히 담겨 있다. ◆ 대규모 후속 공습과 지상군 투입 =미국은 21일 새벽부터 대규모 공습을 시작, 바그다드와 바스라(미사일기지) 등지에 융단폭격을 가했다. 쿠웨이트에 대한 이라크의 미사일발사에 대한 응전과 지상군 투입을 용의하기 위한 이중 포석이 담겨 있다. 또 남쪽 국경 근처의 최일선 미군 캠프 펜실베이니아 제101공수여단(AAD) 부대원들도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인접한 15㎞의 비무장 지대를 넘어 이라크 영내로 진격했다. 쿠웨이트 북부 캠프 우다리에서도 헬기 편대가 침투작전에 돌입했다. 전날까지 심하게 몰아치던 모래폭풍은 다소 잠잠해져 작전에 들어가도 별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부대관계자들은 전했다. 최인한.정대인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