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 승인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오는 13일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이 결의안 통과를 위한 전방위 외교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미국은 워싱턴과 뉴욕 유엔본부 등에서 안보리 회원국들을 연쇄 접촉하면서 유엔 사찰단에 대한 이라크의 협력부족을 강조하고 이라크 전쟁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이라크 전쟁 반대진영은 사찰기간 연장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반전여론의 확산을 위해 오는 7일로 예정된 한스 블릭스 유엔 사찰단장의 안보리 보고를 각국 외무장관들이 참가하는 공개회의로 격상시키도록 요구했다. 게다가 영국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2차 결의안의 표결시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을 시사하고 나서 반전(反戰) 진영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양측 모두 사찰단의 보고를 자신들의 주장 관철을 위한 결정적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어서 7일 사찰단 보고가 이라크의 `전쟁이냐 평화냐'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美, 결의안 통과 공세 = 콜린 파월 미국무부 장관은 4일 사찰단의 안보리 보고이후인 다음주초 2차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며 표결이 실시되면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이날 유럽의 TV방송들과의 인터뷰에서 "다음주초 우리는 들은 바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이며,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시기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표결이 이뤄진다면 안보리 회원국 대부분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면서 "이는 사찰단 증원이나 사찰기간 연장의 문제가 아니라 사담 후세인이 유엔 결의를 수용하는 결정을 내렸느냐에 관한 문제"라고 강주했다. 미국은 아직 안보리 15개 이사국중 결의안 통과에 필요한 9표를 얻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며 프랑스와 러시아, 중국 등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표결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대해 파월 장관은 "물론 이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있다. 그러나 현재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되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안보리 외교관들은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지난해 9월12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라크 무장해제를 위한 결의를 요구한 지 6개월이 되는 시점인 오는 13일께 2차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파월 장관은 영국 및 스페인과 함께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2차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만들기 위한 치열한 로비전을 전개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파월 장관이 지난 주말 자신의 집에서 안보리 이사국인 멕시코의 루이스 에르네스토 데르베스 외무장관을 만나 이라크 공격의 당위성을 집중 설명했으며 3∼4일에도 전화통화를 통해 그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파월 장관은 또 기니 외무장관과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스페인, 영국 외무장관과도 결의안 통과전략을 논의했다고 바우처 대변인은 말했다. ◇러시아 표결시 거부권 행사 시사 =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차 결의안에 대한 안보리 표결시 기권은 러시아의 입장이 아니라며 거부권을 행사할 수 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이날 런던에서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기전 "러시아를 포함한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거부권을 행사할 권리를 갖고 있으므로 나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필요하다면 러시아는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권은 러시아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단언하고 "우리는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하며 이라크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B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러시아는 직.간접적으로 이라크 전쟁을 개시하도록 만드는 어떠한 결정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이 이라크를 평화적 방법으로 무장해제시킨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카테린 콜로나 프랑스 대통령 대변인이 발표했다. ◇7일 사찰단 보고가 분수령 = 오는 7일로 예정된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의 유엔 안보리 보고가 이라크 전쟁의 개전여부를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이라크 전쟁의 찬성-반대 진영들이 모두 7일 보고내용을 주장의 근거로 삼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등 반전 진영은 최근 이라크가 금지 미사일을 파기하고 과학자들에 대한 개별 면담을 허용하는 등 사찰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오는 7월까지 사찰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이라크의 미사일 파괴를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하면서 전쟁은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7일 안보리 회의에 도미니크 드 빌팽 외무장관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독일도 요시카 피셔 외무장관을 출석시킬 예정이다. 안보리 신임 의장인 기니의 마마디 드라오레 외무장관은 프랑스가 오는 7일 회의를 외무장관들이 참가하는 공개회의로 격상시킬 것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콜린 파월 미 외무장관은 참석의사를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으나 여타 외무장관들이 참석한다면 어쩔 수 없이 참가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오는 7일 안보리 회의에는 각국 외무장관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본부.워싱턴.런던.베를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