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핵 또는 생화학 테러에 대비하려는 주민들의 사재기로 뉴욕과 워싱턴 등 미국 주요 도시의 대형 접착 테이프와 비닐이 동이날 정도였으나 이런 테러 위기는 필요 이상으로 과장됐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2월24일자)가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미국에서 테러에 대한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한 지난 7일의 테러경보 격상 조치는 일부 잘못된 정보에 의거한 것이어서 고위 정보관리들은 테러경보를 종전 상태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잡지는 지난 한주간 테러위기가 고조하게 된 배경을 역추적하면서 테러경보뿐만 아니라 정보담당 관리들의 과잉의욕이나 언론의 보도태도 등도 대중의 위기의식을 부채질하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테러경계 태세가 코드 옐로에서 코드 오렌지로 한단계 높아진 것은 일련의 위협적인 정보가 동시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우선 알 카에다가 이른바 `더러운 폭탄' 개발에 필요한 결정적 기술을 획득했다거나 알 카에다가 워싱턴에서 두시간 거리인 버지니아 비치의 유대인 호텔 공격을 계획 중이라는 정보원의 보고가 접수됐다. 거의 같은 시기에 알 카에다 요원들이 "미완의 업무"를 언급하는 것이 전자 감청에 포착됐다. 알 카에다는 93년 세계무역센터(WTC) 폭탄테러를 시도해 큰 피해를입히지 못했으나 2001년 납치한 항공기 두대를 충돌시켜 무너뜨린 것처럼 한번 시도했다 실패한 목표물에 재차 공격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미완의업무"가 테러범들과 승객, 승무원들의 격투과정에서 추락한 유나이티드 항공의 당초목표물이었던 백악관 또는 의회 의사당 공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비슷한 시기에 알 카에다가 화학무기 개발에 진전을 이뤘다는 정보보고도 있었다. 2월초 들어서는 알 카에다 요원간 교신이 갑자기 뚝 끊겼다. 과거의 사례로 볼때 이는 테러공격이 임박한 징후다. 이런 조짐들이 한꺼번에 나타나자 미국 정보당국은 테러 위협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판단했다. 테러 위협에 관한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두말없이 테러경보 격상조치를 승인했다. 그러나 정통한 소식통들은 버지니아 비치 호텔 공격을 제보한 정보원은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으며 알 카에다가`더러운 폭탄' 개발 기술을 획득했다는 보고도 역시 "가치 없는" 정보로 드러났다고뉴스위크에 밝혔다. 잘못된 정보 못지 않게 "뭔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하는 일부 관리들과 언론 때문에 위기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10일 연방재난관리청의 관리는 시민들의 테러대비 요령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형 접착 테이프와 비닐 등으로 창문과 출입문 등을 밀폐하면 생화학 공격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이미 국토안보부 홈페이지에도 올라 있는 일반적인 재난 대비 요령을밝힌 데 불과했다. 그런데 언론이 이 `대비 요령'을 대서 특필하는 바람에 테이프와비닐, 식수의 품절 사태를 불러왔다. 미국에 대한 항전을 촉구한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 테이프가 보도된 후 워싱턴에 퍼진 헛소문의 진원지는 의회였다. 빌 프리스트 상원 공화당 지도자는 의원들에게 "의사당이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으니 의원들은 자신과 보좌진의 안전에 유념하라"는 통상적인 당부를 했다. 그러나 얼마 뒤 이는 "의사당이 테러공격을 당할것"이라는 소문으로 이어졌다. 뉴스위크는 정보는 과학이 아닌 기술이며 잘못 언론에 유출될 때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알 카에다의 테러 위협은 엄존하는 현실이며특히 테러기술은 미흡할지 몰라도 더욱 폭력적이며 자살공격을 마다않을 북아프리카지역의 알 카에다 요원 충원이 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 잡지는 밝혔다. 뉴스위크가 입수한 CIA의 분석보고서는 "3월31일 이전 대량파괴무기를 동원한미국 공격 가능성은 59%, 그 이후 공격 가능성은 35%, 이러한 공격이 일어나지 않을가능성은 6%"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뉴스위크는 이러한 분석이 보고된 정보를 취합한 결과이겠지만 이를 과소평가하면 목이 달아나는 정보 관리가 도출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