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보조를 함께해온 영국은 12일 유엔의 승인이 없으면 대(對) 이라크 군사공격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영국거취가 이라크전 가능성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일방적 이라크전 불참" = 클레어 쇼트 영국 국제개발부장관은 12일 영국 ITV방송의 한 프로에 출연, 영국은 미국이 자체적으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을 막을 의무를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쇼트 장관은 "이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위험한 시기에 영국의 역할은 미국이 유엔의 과정과 보조를 같이하고 유엔의 권위를 지지하며 유엔의 노선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블레어 총리는 최근 테사 조월 문화부장관, 힐러리 암스트롱 원내총무, 헬렌 리델 스코틀랜드장관 등으로부터 그의 대(對) 이라크 정책이 심각한 당내반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인터넷 여론조사기관인 유가버(YouGov)가 실시한 조사에서 영국민 절반 이상이 이라크를 상대로 한 전쟁을 정당화할 만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위험하다고 믿지는 않는다고 말해 현 상황에서 이라크와의 전쟁에 반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동.국제기구 중재외교 = 중동 아랍국가들의 이라크전 반대 목소리가 다시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이집트, 요르단 등 역내 지도자들은12일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강한 기대감을 피력하고 나섰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이날 요르단 관영 페트라(Petra) 통신과 회견에서"신이 금지하는 전쟁이 발생하면 이는 큰 문제일 것"이라면서 "이라크 국민이나 전세계에 미칠 비극이 어떠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압둘라 2세 국왕은 이라크 전쟁은 또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위기를 격화시킬 것이라면서, "전쟁이 발발하면 (팔레스타인 상황이) 더욱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사우디의 사실상 지도자인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자를 비롯해 압둘라굴 터키 총리,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등도 각각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며 외교적 노력을 강조했다. 지난해 9.11 테러에서 가족을 잃은 미국 시민 4명은 6일간 일정의 바그다드 `평화외교 방문' 마지막 날인 12일 밤 세계 지도자들에게 이라크와의 전쟁을 선택하지말 것을 채차 촉구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라크에 인접한 국가들만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라크 국영 TV 방송이 보도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날 쿠르사트 투즈멘 터키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사찰단은 (이라크에) 있고 그들과의 협력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이 침략을 위한 구실을 찾기를 원한다면 이웃한 국가들만이 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11일 오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한 대학에서 장학금 수여식을 가진 후 기자회견에서 후세인 대통령이 "사라져야만"이라크와의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산하 국제원조 단체들도 이날 유엔 제네바 본부 인근인 베르수아에서 이라크 전쟁 발발시 중동지역에서의 활방안에 관해 논의하는 이틀간의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에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아동기금(UNICEF), 유엔인도지원국(OCHA) 등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미군 증파 및 무기사찰 = 약 200명의 미공군 병력이 12일 오후 독일 기지를떠나 걸프지역으로 향하는 등 수천명의 미군 병력이 걸프지역으로 향할 것을 명령받았다고 미국 국방부 관리들이 밝혔다. 지난 10일 내려진 승인에 따라 걸프지역의 현 병력에 6만2천명이 추가 배치돼 내달 중순까지는 걸프 주둔 미군 병력이 모두 15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관리들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2월 중순까지는 모든 배치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라크는 12일 이라크 남부 비행금지구역을 순찰 비행하는 미국과 영국 전투기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이라크 국방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유엔 무기사찰단은 전기전자 동위원소 분리시설로 이용됐던 샤르카트 등 8곳의 의혹시설을 사찰했다. 미사일 사찰팀은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130㎞ 떨어진 알 라파 액체엔진 실험시설에서 미사일 엔진의 테스트 과정을 지켜보았다고 사찰단 관계자가 전했다. (런던.바그다드 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