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세계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의 날인 1일 지구촌곳곳에서는 치명적인 에이즈의 확산 방지를 촉구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와 로마 등지에서는 에이즈 환자를 위한 치료를 지원하기 위한 가두행진이 열렸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에이즈 운동가들이 에이즈 관련질환으로 숨진 17명의 어린이 유해를 매장함으로써 감염 어린이들의 비극을 상징화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수천명의 인파들이 우천에도 불구하고 에이즈 지원단체인 'Act Up' 주최로 열린 가두행진에 참가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세계 각국 정부들이 에이즈 방지를 위해 정보수단을 동원하고, 에이즈 환자들을 치료해 이들을 사회에 통합시킬 것을 촉구했다. 빌 클린턴 전(前) 미국대통령도 각국 정부들이 4천200만명에 달하는 에이즈 환자들을 위해 치료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클린턴은 이날 뉴욕 타임스 신문에 보낸 기고문에서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치료를 보류하는 행위는 미래사가들의 눈에는 마치 중세풍의 유혈행위로 비춰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는 2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차별중단을 촉구했으며, 400만명 이상의 에이즈 감염자를 보유한 인도에서도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차별 중지와 본격적인 치료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인도 동부 부반네스와르 시에는 에이즈 환자를 포함해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집회를 갖고 6㎞ 길이의 깃발에 에이즈 퇴치를 촉구하는 결의를 담았다. 또 에이즈 교육을 소홀히 해왔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중국에서도 수천명의 사람들이 관련행사를 갖고 에이즈 환자들에 의한 고백 등을 경청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베이징(北京)시 외곽에서는 1천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전국에방송될 에이즈 방지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시청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에이즈의 심각성에 대해 평가절하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중국은 올해 에이즈 환자수가 지난해의 60만명보다 40만명 가량 늘어난 100만명선에 이르렀다고 시인했으나, 유엔은 실제 환자수가 15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과 사정이 비슷한 이란 역시 세계 에이즈의 날을 기념해 50만명에 이르는국가공무원들과 교사들에게 교육용 소책자를 배포할 계획을 밝혔다. 현재 2만-3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란의 에이즈 환자 가운데 65% 가량이 마약중독자로 밝혀진 이란에서는 이날 방송에 출연한 의사들이 이례적으로 에이즈의 무서움과 방지대책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에이즈가 국가위기로 등장한 아프리카에서도 에이즈의 확산 방지책을 촉구하는지도자들의 연설 등이 잇따랐다. 가봉에서는 바실리-바실리 므베 엔고네 대주교가 기독교인들에게 에이즈 감염여부를 가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을 것과 감염자들에 대한 차별을 근절하기위해 문둥병 환자를 치료한 예수를 본받을 것을 촉구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도 이날 누구든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요구했다. 태국 보건부는 에이즈 감염을 억제하는 신약 보급 덕택에 에이즈 감염자수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보건부는 지난해의 경우 2만5천명의 에이즈 환자가 새로 생겨났으나 이는 연간 15만명선이던 1992년과 비교할 때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태국의 의약품청(GPO)는 지난 3월 세계에서 가장 싼 에이즈 치료제 GPO-VIR을 시판한다고 발표했었다. (파리 AFP=연합뉴스) shkim@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