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로 후진타오 시대가 열렸다. 후진타오는 15일 총서기로 등극,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을 잇는 최고 실권자로 올라선 것이다. 후 총서기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전인대(全人大.국회)에서 국가주석에도 오를 것이 확실시 된다. 그러나 후 총서기는 중국 정치권력의 원천인 중앙군사위 주석을 승계 받지 못해 장주석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장 주석과의 권력분점이란 과도기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후 총리가 이끌게 될 새로운 지도체제는 젊고 유능한 기술관리들로 구성됐다. 상무위원 전원이 60세 안팎의 젊은 기술관료 출신이라는 게 이를 말해준다. 중앙정치국의 새 위원 역시 공산정권 수립 이후 당 사업에 참여한 인물들이다. 이데올로기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실용적 측면에서 정책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때문에 후 총서기 체제에 급격한 변화가 올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는 1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장쩌민 주석의 3개 대표 이론을 받들어 중국의 발전을 이끌겠다"고 선언,기존 장 주석의 노선을 그대로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후 총서기 체제가 오히려 '3개(생산력 발전, 선진 문화, 광범위한 인민의 이익)대표'이론에 따라 개혁의 폭과 깊이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주석의 견제도 '후진타오 체제'의 성격을 결정 지을 요소다. 장 주석은 우방궈 부총리,자칭린 전 베이징시 서기,쩡칭훙 전 당조직부장,황쥐 전 상하이 서기,리창춘 광둥성 당서기 등 측근을 정치국 상무위원에 포진시켰다. 정치국 상무위원 그룹에서 후 총서기의 권력기반은 아직 장 주석을 능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후 총서기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당내 고위지도자는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고 있는 원자바오 정도이다. 정치국 내 '상하이방(상하이에서 성장한 정치 세력)'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상무위원에 오른 쩡 전 조직부장과 우 부총리를 비롯 천량위 상하이 서기, 후이량위 저장성 서기 등이 중앙 정치권력 진입에 성공했다. 이들은 장 주석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후 총서기의 완전한 패배는 아니다. 왕자오궈 통전부 부장,다이빙궈 대외연락부장,류윈산 선전부 부장 등 그의 측근 상당수가 중앙 정치권 핵심 포스트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후 총서기의 측근 12명이 중앙위원에 새로 선출된 게 이를 보여준다. 물론 정치국에 포진한 장 주석 측근들이 후 총서기에 정면 도전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국정이 자칫 흐트러지거나 정치·사회적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군권을 장악하고 있는 장 주석은 언제든지 개입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때 '후진타오-원자바오' 권력라인은 당분간 장 주석 측근들과 협상과 타협을 하면서 나라를 이끌어갈 수밖에 없다. 베이징 정치분석가들은 "향후 2∼3년 동안 후 총서기와 장 주석 측근 간 물밑 신경전이 계속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후 총서기가 그 싸움에서 이겨야 비로소 완전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그가 자신의 컬러로 중국을 이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