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국가주석 등 3세대 지도부와 함께 퇴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리루이환(李瑞環)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권위주의적인 중국 정계에서는 보기드문 진보주의자로 이름난 인물이다. 리 주석은 최고 지도자에 대한 복종만을 요구하는 정치체제에 맞서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피력했던 유일한 정치인이란 평가를 듣고 있다. 홍콩 시티대학의 조지프 쳉 교수는 "리 주석은 장 국가주석에 대한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소식통들은 14일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차기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명단에서 리 주석의 이름이 빠져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16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당·정의 모든 고위직에서 물러날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68세인 리 주석의 은퇴는 70세가 돼야 퇴진하는 당의 불문율에도 위배돼 그 배경을 놓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장 국가주석을 비롯 그의 정적들이 부패사건 연루사실을 들춰내 리 주석이 물러나도록 만들었다고 추측하고 있다. 다음달이면 60세가 되는 후진타오가 8년 연상인 리 주석을 상무위원으로 앉히는 것을 거북스러워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계파와 파벌이 중요한 중국 정치체제 속에서 리 주석의 지지자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당내 투명성을 높이고 자유로운 보고가 허용되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벌였을 리 주석이 떠나게 돼 중국 정계는 몹시 아쉬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