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은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이 일본 입국 비자를 재신청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한데 대해 발급 거부 방침을 통보했다고 산케이(産經) 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외무성은 일본의 대(對)대만 창구기관인 `교류협회'를 통해 "두 번째 신청은 접수할 수 없다"고 리 전 총통측에 통보했다. 리 전 총통은 게이오(慶應) 대학의 학생 서클인 `경제 신인회(新人會)'가 학교축제의 일환으로 주최하는 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1일 입국 비자를 신청했었다. 그는 그러나 파문 확산을 우려한 게이오 대학측의 강연 계획 취소로 방일이 무산되자 학교 축제와 관계없는 별도의 장소에서 강연을 하겠다며 비자를 재신청할예정이었다. 이와 관련, 강연을 기획했던 학생 서클 관계자는 13일 리 전 총통과 직접 가진전화 통화에서 도쿄 호텔에서 강연회를 개최하겠다며 방일을 재요청했다. 외무성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나, 일본 정부와 여당 내에서는 비자 발급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의 `독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한편 일본의 일부 인사들은 일본과 대만의 문화.인적 교류를 목적으로 한 `일본리덩후이 친구회'를 만들 예정이며 다음 달 15일 도쿄에서 열릴 설립 총회에 리 전총통을 초대할 계획이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보도했다. 이 모임의 발기인은 400여명이며 국회의원도 포함돼 있다. 리 전 총통은 심장병 검사와 치료를 위해 지난 해 4월 16년 만에 일본을 방문했으며 당시 일본 정부는 중국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입국 비자를 발급했다. 일본 정부는 이 때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외상 등이 발급 거부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가 직접 나서 신청 3주 만에 비자 발급을 `강행'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었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특파원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