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최대 과격 이슬람단체로 꼽혀온'라스카르 지하드'가 지난 12일 발리 폭탄 테러 사건 직후 조직을 자진 해체, 모든활동을 전면 중단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5일 정보소식통에 따르면 자파르 우마르 탈립 라스카르 지하드 사령관은 지난14일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유혈 종교분쟁이 3여년 동안 지속된 말루쿠 주도 암본의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라스카르 지하드의 자진 해산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말루쿠 유혈분쟁을 촉발시킨 배후 세력으로 지목돼온 라스카르 지하드 요원 700여명은 15일 가족들과 함께 선박을 이용해 고향인 자바로 떠났다고 현지경찰이 전했다. 말루쿠 평화협정 체결 후 무장 해제와 분쟁지역 철수를 끊임없이 요구해온 비상행정당국의 지시를 완강히 거부해온 라스카르 지하드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돌연 암본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수도 자카르타와 고도(古都) 족자카르타 주요 교차로와 고속도로 톨게이트 주변에서 라스카르 지하드의 투쟁 소식 등이 적힌 전단을 배포하며 지하드(聖戰) 기부금을 모금해온 모습도 최근 며칠 사이에 완전히 사라졌다. 특히 이 단체가 독자적으로 운영해온 인터넷 홈페이지의 경우 과거에는 매일 새로운 전국 투쟁 소식이 게재됐으나 발리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지난 12일 이후에는 완전히 폐쇄됐다. 라스카르 지하드 남부 술라웨시 지부의 자말 지부장은 15일 지난 주 조직 최상층부의 지시를 받고 회원 1천여명의 활동을 전면 중단시켰으며 조직 해체는 자금난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지하드 요원들은 이슬람의 존엄과 무슬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개별적으로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천명해 조직 해체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했다. 조직원들에게 장기간 군사훈련을 시키는 등 무장단체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온 라스카르 지하드가 발리 폭탄 테러 직후 조직을 서둘러 해체한 것과 관련해 각종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의문을 유일하게 풀어줄 수 있는 자파르 사령관은 족자카르타 소재 본부사무실을 폐쇄한 채 종적을 감춘 뒤 15일 현재까지 연락이 끊어져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정보소식통들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보기관들이 라스카르 지하드를 알-카에다와 연계된 토착 테러 단체로 지목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맞게될 것으로 판단해 조직보호 차원에서 위장 해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편 발리 테러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과격 단체 제마 이슬라미아(JI)의 핵심추종자들은 15일 중부 자바 솔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부 바카르 바시르 JI 회장이 불법 체포될 경우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