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공격권한을 부여하고, 프랑스 유조선 폭발사건이 테러공격에 의한것으로 밝혀지는 등의 일련의 상황변화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러시아, 독일 등은이라크 군사공격에 대한 기존의 반대입장을 고수했다. 미셸 알리오 마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11일 유조선 랭부르호에서 TNT폭탄의 흔적을 발견했지만 이런 증거가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프랑스의 입장을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오 마리 장관은 "이들 두 가지 문제가 혼재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라크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무기사찰과 무력제재를별도로 다룬 2단계 해법을 제시해 미국의 일방적 이라크 공격을 반대해오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번 유조선 테러 공격사건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프랑스가 미측의 방침을 수용해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돼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유엔의 새 결의안을 지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긍정적 입장을 나타내기는 했으나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반대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를 방문한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에서 공동의 견해를 도출해낼 가능성을 배척하지 않는다"고말해 새 결의안에 대해 반대를 표했던 종전의 입장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이라크가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으며, 다른 나라로부터도 그런 자료를 받지 못해 새 결의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지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블레어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일이 빠르게 진척될 것"이라면서 강력한 새 유엔결의 채택에 보다 자신감을 보이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간에합의가 멀지 않아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시카 피셔 독일 부총리겸 외무장관도 이날 미 의회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피셔 장관은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대표와의 회동을 마친뒤 기자들에게 "독일의 입장을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분명하다. 게르하르트 슈뢰더총리와 내가 총선전에 밝힌 우리의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라크 무장해제 방법을 둘러싼 각국 정부의논쟁에 관여치 않고, 단지 현재 벌어지는 논쟁의 진행사항을 회원국들에 전달하는역할만 맡기로 결심했다고 프레드 에크하르트 유엔 대변인이 밝혔다. 에크하르트 대변인은 아난 총장이 국제평화 위협에 대해 발언할 책임을 회피하려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아난 총장은 이라크가 문서로 사찰재개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하자 이제 공은 안보리로 넘어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리.모스크바.유엔본부.런던 AP.AFP=연합뉴스) preis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