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유엔무기 사찰단 무조건 복귀 천명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이 유엔에서 대(對) 이라크 강경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나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라크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데다 러시아와 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상임이사국 등도 유엔 결의안 필요성을 일축하고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새 결의안의 입안작업에 착수했다고 18일 서방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이라크가 결의내용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무력사용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 결의안은 다음주 안보리에 제출돼 미.영을 제외한 다른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 프랑스에 회부된다고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프랑스, 그리고 다른 아랍권 국가들은 미국의 결의안 추진에반대하고 나서 유엔 안보리내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방 외교소식통들은 미국과 영국의 결의안 초안내용에 대해 무기사찰을 위한새로운 조건과 무장해제를 위한 일정 등이 담길 것이며 지난 1999년 12월 통과된 현재의 결의안보다 훨씬 강경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라크는 즉각 반발하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결의안 추진작업에 개입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라크의 나지 사브리 외무장관은 이날 "이라크는 러시아와 다른 나라들이 국제사회라는 포장을 통해 이라크 공격을 추진하려는 미국의 기도를 막아줄 것을 바라고있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타리크 아지즈 부총리는 미국이 군사행동을 통해 아랍의 "부(富)를 강탈"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이라크의 INA통신이 전했다. 한편 지난 16일 사브리 장관으로부터 `무조건 사찰복귀 허용'을 전달받은 코피아난 유엔사무총장은 18일 오후 사브리 장관을 다시 만나 사찰 착수를 위한 향후 세부 절차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17일에는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러시아의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이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이라크 문제를 위한 유엔 결의안 필요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파월 장관은 "우리는 이런 게임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다"면서 이라크의 사찰허용 방침을 폄하한 뒤 결의안을 계속 추진해야 이라크에 대한 압력을 구사할 수있다고 밝힌 반면, 이바노프 장관은 새로운 결의안 필요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미국의 연기요청에도 불구하고 15개 안보리 이사국은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과 19일 만나 사찰문제를 협의하기로 결정했다. 또 블릭스 단장을 비롯한 유엔 관계자들과 이라크 대표단도 이날 유엔본부에서만나 10일 안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실무회담을 열고 사찰단 복귀를 위한 세부사항을결정키로 합의하는 등 사찰단 복귀절차가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이라크 결의안을 둘러싸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국제사회의분열도 가속화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추진을 통해 후세인에 대한 압력을 계속 가해야 하며, 특히 사찰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군사적 위협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입장을 지원하고 나섰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는 러시아와 함께 결의안 필요성을 일축하면서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사찰단을 보내 이라크 정부의 협력을 타진해보자는 입장을개진했다. 또 독일은 미국에 대해 '전쟁위협'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아랍권도 러시아를 거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알-파이살 외무장관은 "이라크 문제는 개별적 수단이 아닌 유엔을 통해서만 처리돼야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러시아내의 상황도 복잡해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새로운 결의안 필요성을 일축하는 가운데 과거 주미대사를 지내기도 했던 블라디미르 루킨 국가두마(하원_ 부의장은 "우리는 물론 이(새로운 결의안 추진)에 반대한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적이어야한다. 따라서 미국이 뭔가 취하고 있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은 올 연말께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반체제 단체인 입헌군주제운동(CMM)을 이끌고 있으며 과거 이라크 파이잘왕의조카이기도 한 샤리프 알리 빈 후세인은 "우리는 향후 6개월 안에 이라크에 돌아갈것"이라면서 "이라크 국민들은 해방되기 바라며 미국이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믿고있다. 이라크 군은 후세인을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거 유엔 무기사찰작업체 참여했던 리처드 버틀러는 이날 이라크의 무조건 사찰복귀 제안에 대해 "매우 교활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찰조건등이누락돼있다면서 실질적인 효과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라크 후세인 대통령의 아들이 우다이가 운영하는 바델(Babel) 신문은 최근 사태에 대해 "이제 공은 유엔에 넘어가 있다. 유엔은 그 신뢰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본부.바그다드.모스크바.함부르그.워싱턴 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