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블런킷 영국 내무장관이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 폐지 등 형사재판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안을 발표했다고 BBC방송 인터넷이 17일 보도했다. 블런킷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발표한 형사재판 제도 개혁 '백서'에서 살인과 강간, 무장강도 등 중범죄에 대해 'DNA' 같은 강력한 새 증거가 나타나는 경우에만 한해서 재심(再審)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 적용될 이 개혁안은 소급해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무죄 선고를 받은 용의자들도 다시 재판에 회부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은 위험요소가 많이 담겨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대체로 지지 의사를 나타낸 반면 압력단체인 '자유(Liberty)'는 정부가 공정한 재판을 해야하는 데도 이를 범죄율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서에 따르면 가벼운 범죄는 법 개정 후에도 배심원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지만 더 심각한 범죄는 하급판사나 청소년법원이 심리하도록 했다. 또 판사는 중대한 사기사건이나 배심원이 위협을 당할 수 있는 사건의 경우에만 배심원 없이 재판을 진행하도록 했으며 일부 사건에서는 전과(前科)나 전문(傳聞) 증거를 배심원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블런킷 장관은 "형사재판 제도의 균형을 희생자에게 유리하도록 고치고자 한다"며 "우리 국민은 정의에 도움이 되고 희생자를 우선시하는 형사재판 제도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블런킷 장관은 또 "일사부재리 원칙 폐지는 살인, 강간 등 심각한 폭력, 성 범죄 등 강력범죄에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개혁안은 정치권, 경찰, 법조계 등 일부의 대체로 지지를 받고 있어 상당한 부분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내각의 올리버 렛윈 내무장관도 블런킷 장관의 개혁안을 대부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안은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 얼마나 법제화될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기자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