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미국의 잇단 회계 스캔들을 거울삼아 역내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감시와 회원국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EU 관계자들이 10일 말했다.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가 이날 소집한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과 증인들은 그러나 회계감시 강화를 위해 역내에 단일 기구를 창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견해에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영국금융감독원의 하워드 데이비스 원장은 "엔론 스캔들이 터진 후 회계 감시를강화할 필요성을 확실히 느끼고 있다"면서 그러나 어떤 채널을 통해 이를 실현시킬지는 더 논의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사회당 소속인 이에케 반 덴 버그 의원은 엔론건을 계기로 기능이 강화된 EU의 단일 감독기구를 설치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면서 "회원국 차원에서 모든걸 통제하는 것이 환상"이라고 주장했다. 룩셈부르크 사회당 소속의 로버트 괴벨스 의원도 EU에 현재 40개가 넘는 회계감기기구가 있다면서 "분명히 너무 많은 숫자"라고 말했다. 이처럼 숫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쓰는 예산을 모두 합쳐봤자 미증권거래위원회(SEC) 혼자 사용하는 것보다 적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경제통화위의 필립페 에르조그 부위원장은 "물론 스캔들의 진원지는 월가"라면서 그러나 "우리 금융시장도 (회계 부정에) 취약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좌파 출신인 그는 프랑스 복합 미디어 그룹인 비벤디 유니버설도 편법회계 문제로 조사받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청문회 참석자들은 EU 주식.채권시장이 미국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나 유로화 완전 통용을 계기로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편법회계 방지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출범한지 얼마 안된 범유럽증권감독위원회(CESR)는 역내 공조 강화와 함께 EU 집행위가 새로운 주식거래 규정을 입안하는 작업을 조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과 독일은 규제에 은행, 보험 및 연기금을 모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최근 제의했으나 EU 회원국 중앙은행들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아르투르 독터스 반 리우엔 CESR 위원장은 회원국 각각의 규제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EU 15개국 모두를 묶는 단일 증시 규제안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실토했다. 반면 포르투갈 증권거래위원회의 페르난도 테이세리아 도스 산토스 위원장은 "이처럼 다양한 규제 문화가 존재하는 것이 협의를 거치면 더 균형잡힌 단일 법안을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를 표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이사회 멤버인 톰마소 파도아-시오파도 "범유럽의 단일 규제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이를 실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뤼셀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