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9.11 연쇄 테러에 대한 경고를 사전에 받고도 묵살했느냐를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과 여론이 뜨거운 논쟁에 휘말리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9.11 대참사 이후 '국난의 시기에는 대통령 밑에서 하나로 단결한다'는 전통에 따라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던 야당은 중간선거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 없는 호재가 터져 나왔다고 쾌재를 부르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민주당은 9.11 사태 이전에 정부가 받은 사전 경고와 연방정부 기관들이 부적절한 대응을 조사할 독립 위원회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일부 여당 의원도 가세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에 맞서 `전시에 대통령을 공격하는 무책임한 정쟁'으로 몰아붙이며파문을 진정시키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으나 아무래도 당분간은 수세에서 벗어나기가 힘들 전망이다. 더욱이 새로운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야권의 공세가 갈수록 탄력을 받고 있어 자칫하면 부시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가할 기세다. 리처드 게파트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는 17일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미국 정부가9.11 사건의 사전 경고를 얼마나 받았느냐에 대한 조사에는 백악관 뿐 아니라 의원들도 포함될 것이라며 여권 전체를 공격권에 몰아 넣으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게파트 총무는 "우리는 누가 무엇을 알고 있었고 그들이 언제 그것을 알았는 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백악관이 갖고 있던 것을 알 필요가 있다면 (의회의) 정보위원회들에게 통보된 것도 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구를 비난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장래에 더 잘 대처하려는 노력에 관한 문제"라고 전제하고 "우리는 여전히 대통령과 함께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며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여권의 전략에 쐐기를 박았다. 공화당 소속인 포터 그로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그러나 같은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현재까지의 의회 조사에서 `명백한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별도의독립적인 조사는 필요없다"며 게파트 총무의 주장을 일축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NBC방송의 아침 종합 뉴스 프로그램 `투데이'에 출연해 사태가 가라앉으면 국민은 정부가 매일 접수하는 수많은 위협 경고에 적절하게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백악관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 보좌관은 전날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8월6일휴가 중이던 텍사스주 목장에서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조직 알 카에다가 미국 여객기 납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조치를 취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공개하는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틀 전인 지난해 9월9일 부시 대통령이 알 카에다 조직 분쇄안을 담은 `국가 안보 대통령 작전 명령'을 보고받았으나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는 등 9.11 사태의 사전 경고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계속 폭로되고 있어 여야의불꽃 튀는 대치 정국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