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악화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9일 바티칸시티 성베드로 바실리카 대성당에서 열린 성(聖) 금요일 미사에서 공개 석상에서는처음으로 보행기구를 사용했다. 교황은 또 이날 고대 로마 콜로세움 근처 1㎞ 구간에서 펼쳐진 `십자가의 길'행사에 참가해 마지막 14처에서 3.3㎏의 나무 십자가를 받아들었으나 걷지는 못했으며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예루살렘에 평화를'이라며 기도를 올렸다. 교황은 지난해에는 마지막 몇m 구간에서 십자가를 지고 걸었다. 교황청 공식방송인 바티칸 라디오는 이에 앞서 교황이 지난해처럼 마지막 몇m에서 십자가를 진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십자가의 길은 예수가 죽기 전 십자가를 지고 걸으며 겪은 14가지 고난을 콜로세움 근처 1㎞ 구간에서 재현하는 행사다. 올해 81세인 교황은 건강 악화로 부활절 전 1주일인 성주간(聖週間) 행사에 거의 참석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28일에는 78년 교황에 오른 후 처음으로 가장 성스런 성주간 행사 중 하나인 세족례(洗足禮)를 집전하지 못했다. 또 바티칸 내외에서는 최근 파킨슨병과 관절염이 악화하는 교황이 올해에는 예수의 수난을 상징하는 십자가의 길 행사에서 십자가를 지지 못하며 부활절 행사를집전하지 못한다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교황의 고위 보좌관은 "교황이 부활절 행사를 계속 집전한다"며 "이를위해 교황이 성 베드로 바실리카 대성당에서 열리는 행사 때 계단을 오를 필요가 없도록 특별한 제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의 대중 행사를 보좌하는 피에로 마리니 몬시뇨르는 이날 이탈리아 국영 TV방송에서 "교황이 성주간 시작될 때보다는 좋아졌고 30일과 부활절인 31일에는 더욱좋아질 것"이라며 "교황이 직접 부활절 미사를 집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니 몬시뇨르는 또 "교황이 토요일 밤 행사를 집전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성베드로 대성당 중앙제단 바닥에 특별제단을 만들어 교황이 계단을 오를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성주간 행사를 축소하고 있는 이유를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지난 2월 무릎 관절염 때문에 여러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최근에는 주치의들이 교황의 관절이 좋지않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티칸시티 AFP=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