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연금상태에서 벗어나 오는 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딕 체니 미국 부통령과 회담하고 이어 스페인과 레바논을 순방하면서 아랍연맹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계획이라고 팔레스타인 관리들이 20일 발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아라파트 수반이 외부로 나가기 전에 먼저 테러근절을 위해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촉구했으나 아라파트 수반과 체니 부통령의 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아라파트 수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외부에서 직접 협상에 나선다면 중동평화진전의 중대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라파트 수반은 작년 12월부터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 정치.물리적으로 사실상 연금돼 그간 단 한차례도 외부를 방문한 적이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보안관리들은 이날 오전 이스라엘 북부에서 8명의 목숨을 앗아간 버스 자살폭탄 테러가 재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저녁 보안회담을 예정대로 마쳤다. 그러나 양측간 휴전합의를 도출하는데는 실패했다. 팔레스타인 고위 관리들은 아라파트 수반이 오는 24일 오후 라말라 거처에서 요르단 헬기 편으로 암만을 경유해 카이로로 날아가 체니 부통령과 25일 회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리들은 또 아라파트 수반이 체니 부통령과 회담한 뒤 현재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고 있는 스페인을 방문,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를 만나고 이어 레바논 베이루트로 향해 오는 27-28일로 예정된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는 이스라엘이 1967년 중동전쟁에서 차지한 영토에서 철수하면 아랍권 국가들이 교차 수교를 승인하는 내용의 사우디 아라비아 평화안이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이 성사되면 아라파트 수반이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이집트 관리들은 아라파트-체니 회담 성사를 위해 이미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자폭테러 재발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아라파트 수반의 테러 단속조치가 미약한 탓에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지 W.부시 대통령은 "중동 폭력사태 재발에 낭패감을 느낀다"며 "아라파트 수반에게 굳건하고 일관된 단속조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무부 고위 관리들은 그러나 체니 부통령이 가까운 장래에 이집트에서 아라파트 수반과 만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관리들은 회담이 언제 성사될 수 있을지 아직 불투명하지만 이는 미국의 앤서니 지니 중동특사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내 모처에서 20일 저녁 9시(한국시간 21일 새벽 4시)부터 진행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보안회담은 휴전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종료됐다고 이스라엘 공영 라디오가 보도했다. 양측은 그러나 향후 다시 협상을 갖기로 약속한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 앞서 지니 특사는 샤론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을 잇따라 만났으나 협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회담은 직전 발생한 자폭테러로 개최 가능성이 매우 불투명했으나 예정대로 성사됐다. 이스라엘은 테러발생시 즉각 전투기와 공격용 헬기를 동원한 보복에 나섰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보복 공격을 감행하지 않았다. (예루살렘 라말라 워싱턴 AFP A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