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미국 정부가 현재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9·11 테러참사라는 유례없는 경제 충격에 대한 적절한 대응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부양책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각자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예산을 짜기 위해 벌이던 이전의 '재정 싸움'과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서로 헐뜯고 있고 백악관은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각 산업분야의 로비스트들은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미 발표한 5백5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의회로부터 승인받은 데 이어 최근 추가로 감세에 주안점을 둔 7백5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당초 내년에 예정된 감세 규모를 합치면 2002년 경기부양책 규모는 모두 1천5백억∼1천8백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감세안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 가운데 1백50억달러는 실업자 구제를 위해 쓰고 나머지는 크게 4개 분야의 감세에 사용하기를 원한다. 두 가지는 개인소비 촉진을 위한 것이다. 첫째는 연초 실시된 세금 환급에서 혜택을 받지 못한 저소득층에 일시적인 세금혜택을 주는 것이고 둘째는 오는 2004년 예정된 주변소득세율 인하를 앞당겨 실시하는 것이다. 세번째와 네번째는 기업들의 투자및 사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영구적인 조치들로 일부 투자세 및 소득세 폐지 등이 고려되고 있다. 감세에 초점을 맞춘 부양책은 부시가 떠받들어온 공화당내 보수파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부시가 초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공화당 보수파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부시의 경기부양책에는 공화당 보수파들이 원하고 있는 자본이득세 감면 등은 빠져 있다. 부시의 부양책은 또 민주당 진보파들로부터 강도 높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부시의 부양책이 침체된 경제를 자극하기에는 부족하며 소득감세안은 결국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부양책을 둘러싼 주요 논쟁 가운데 하나는 지출확대로 인한 정부의 재정악화가 향후 장기 금리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것이다. 의회 예산위원회는 부시의 감세안이 채택될 경우 향후 10년간 3천억달러 규모의 세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재정지출확대는 일반적으로 장기 금리를 상승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테러사건 직후 열린 상원 금융위에서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번 경기부양안이 단기적으로 경제를 자극하기에 충분하지만 장기 금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재정건전성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둔화와 이미 실행된 부시 행정부의 감세조치로 세입이 줄고 있다. 앞으로 추가 감세안이 실행되면 정부의 세입은 더욱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예산국은 지난 5월 향후 10년간 정부의 재정흑자가 GDP의 4% 수준인 5조6천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8월 재정흑자 규모가 3조4천억달러로 줄 것이라고 수정했다. 이 수치는 다시 최근 2조6천억달러로 줄어들었다. 부시 행정부의 감세안은 재정건전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파들과 기업가들이 감세에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것은 지금이 그들의 숙원인 소득세및 자본이득세 감면 등을 실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19일자)에 실린 'Squabbles over the stimulu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