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지난 7일 밤 8시57분(아프가니스탄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최초의 공습을 퍼부은지 10여일 만에 지상군이 투입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이 대아프간 공습에서 17일 연 이틀째 특수부대의 전술항공기 AC 130 공격기를 투입, 아프간 공습 작전의 변경과 함께 지상군 작전이 본격 시작했음을 시사했고 反 탈레반 북부동맹의 탈레반 공격에 폭격지원을 해 지상군 투입 심증을 높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7일 지상군 공격의 길을 열었다고 말해 비밀작전이라 공개할수는 없는 특수부대 작전 개시를 강하게 내비쳤다. 미국은 사실 9.11 테러 직후 오사마 빈 라덴 은거지 색출을 위해 영국 특수부대들과의 협조아래 특수부대들을 아프간에 보냈다는 추측 보도들응 많았지만 최근과 같이 강력한 징후들이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사건 다음날인 12일 곧바로 테러공격을 `전쟁행위'로 규정하고 미군에 보복공격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으나 아프간에 대한 공습과 지상전을 감행하기까지 준비작업에 거의 한달여를 보냈다. 참고로 1991년 걸프전 때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후 5개월만에 다국적군의이라크 공격이 이뤄졌고, 폭격이 시작된지 40여일이 지나서야 지상군이 투입됐다.이를 감안하면 아프간에 대한 공습과 지상전은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셈이다. 9.11 테러의 배후 용의자인 빈 라덴의 체포와 탈레반 정권의 전복, 미국의 이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습에 이어 지상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아프간은 1979년부터 10년간의 전쟁 끝에 소련군의 무릎을 꿇게 한 만만찮은 실전경험을 갖고 있고, 국토 전체가 요새를 방불케 하는 험준한 산악지형으로이뤄져 있어 미국이 쉽게 지상전에 나설 상황은 아니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베트남전에서와 같은 치욕을 다시 되풀이할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지상군이 침투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위시해 인접국들의 협력을 얻어내는데 전력을 다했다. 개전에 앞서 중동 및 중앙아시아를 순방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지난5일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으로부터 수송기와 헬기, 수색 및 구조임무 군부대를 위해 미군이 우즈벡 공군기지 한 곳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뉴욕주 포트 드럼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제18 공수군단 산하 제10 산악사단 병력 1천명이 지난 6일 아프간과 인접한 우즈벡 남부 하나바드 공군기지에도착, 지상전을 앞두고 대기해왔다. 특수부대들인 미국의 델타포스와 레인저, 영국의 SAS(육군 소속)와 SBS(공군 소속)는 공습에 앞서 이미 아프간 내부에 침투, 오사마 빈 라덴과 테러캠프의 소재를추적하고, 미-영 합동군의 공습 목표물에 대한 첩보활동을 벌여왔다. 미 국방부는 또 지상전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제101 공수사단과 제160 특수작전 항공연대에 16일까지 해외 배치 준비를 완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같이 주변을 다지면서 미군과 영국군은 탈레반의 주요 근거지인 카불, 칸다하르, 잘랄라바드, 마자르 이 샤리프 등에 파상적인 공습작전을 감행, 탈레반 정권의방공망과 통신시설, 군사기지 등을 초토화시킴으로써 지상군이 들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미-영 합동군이 영공을 제압한 상태에서 반탈레반 북부동맹은 북부지역 거점에서 탈레반 지역을 계속 잠식, 수도 카불 입성을 눈 앞에 둔 상태이다. 미군은 지상전에 앞서 탈레반 정권과 아프간 주민들을 격리하기 위해 식량 및의약품 투하, 라디오 선전 방송, 전단 투하 등 집요한 심리전도 전개해왔다 마침내 미군과 영국군이 합세한 지상군은 반탈레반 북부동맹군을 앞세워 빈 라덴과 테러조직을 소탕하고, 탈레반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피 비린내 나는 지상작전의 초기단계에 뛰어들었다고 할수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